영험도량은 따로 있나요 |
문 : 기도를 하려면 영험 있는 도량에 가서 하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영험은 무엇이며 특별한 장소가 따로 있습니까?
공연장의 좋은 자리처럼 최상조건 자리 답 : 영험이라는 말은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는데, 질문에서 알고자 하는 것은 아마도‘불보살님께 올리는 기도를 통해 만나는 불가사의한 효험’을 뜻하는 것이겠지요. 이것은 매우 개인적이며 주관적인 체험이기에 자칫 오해를 살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목숨을 던질 각오로 기도해 본 사람이라면 매우 많은 신비한 체험을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영험이란 것이 정말로 부처님의 가르침에 합당한 것인가 하는 것은 깊이 살필 문제입니다. 만약 그 영험이 깨달음으로 가는 사다리가 되고, 보살행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된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에 합당하다고 보겠지만, 그러한 체험을 통해 매번 신비한 체험에 삶을 의존하게 된다면 이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합당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말하는 영험을 겪은 이들이 부처님의 정법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질문에서 말한 영험도량을 풀이해보면,‘기도를 하면 그 기도의 바람대로 뜻이 잘 성취되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세상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영험한 기도처’가 여러 곳 있으므로 ‘영험도량’이 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농사를 지어도 잘 되는 곳이 있듯이, 기도를 하면 만족도가 높은 곳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조건일 뿐입니다. 만약 집에서 기도할 때에도 먼 길을 힘들게 찾아간 기도처에서처럼 잠도 자지 않고 일심으로 지극정성으로 기도할 수만 있다면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보통의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그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예전에 대단히 영험한 곳이었는데 근래에 좀 못한 것 같다고 입에 오르내리는 곳은 대개 예전에 비해 접근이 편해진 곳들이며 휴식공간도 마련된 곳입니다. 대개 힘들게 가는 곳은 힘든 만큼 그 각오가 강해지고 기도도 지성으로 합니다. 그러나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언제든지 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매우 절박한 심정으로 기도한 사람과 예사로 기도한 사람에 따라 그 영험에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설이 좋다는 공연장의 가장 음향이 잘 들린다는 지점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향악단의 공연을 감상하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조건으로 보면 ‘가장 영험한 자리’인 셈이었지요. 바로 옆에는 악기를 가지고 온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이 앉았습니다. 학생은 부모 덕분으로 그 좌석에 왔지만 음악 감상에는 관심이 없는 듯했습니다. 심지어 연주의 중간에도 부스럭거리기에 봤더니 문자 보내느라 전화기와 씨름을 하고 있었습니다. 최상의 조건에 있었던 그날의 학생은 결국 시간 낭비만 했던 것이지요. 만약 가난한 한 학생이 그 공연의 감상을 간절히 원해서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비용을 마련하여 조건이 나쁜 구석자리에 앉아 기쁜 마음으로 감상을 했다면, 그에게는 그 구석자리가 가장 영험한 자리가 되었을 것입니다. 자신이 서 있는 그 자리가 영험도량인 깨친 사람은 밖에서 의지할 것을 찾지 않으므로 밖의 영험도량이 따로 필요 없겠지만, 끝없이 밖에서 의지할 것을 찾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영험도량이라는 곳이 있는 듯이 생각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선지식은 의지할 것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방편으로 눈높이의 도량을 만들어 놓고 그곳을 통해 모양 없는 영험도량인 마음을 깨닫게 합니다. 송강스님 /개화사 주지 [불교신문 2418호/ 4월16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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