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함께하는 행복” |
본지는 지난 2611호(4월3일자)부터 ‘템플스테이는 아름답다’란 제목의 기획기사를 토요일 판에 연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인 ‘템플스테이’를 널리 알리고 독자들의 흥미와 관심을 돋우자는 목적이다. 한 주는 본지 장영섭 기자가 템플스테이의 면면과 의의를 톺아본 에세이 형식의 글로, 나머지 한 주는 템플스테이 실무자와 체험자가 쓰는 수기,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소개로 꾸린다. 이를 계기로 보다 많은 불자와 국민들이 템플스테이에 참여해, 산사의 향기를 느끼며 번뇌를 씻을 수 있길 바란다. ![]() 동화사 부도탑 앞에서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예를 올리고 있다. ■ 우리 사찰 템플스테이 - 동화사 김미숙/ 동화사 템플스테이 담당자새벽 3시, 도량석과 함께 각 방사에 불이 켜지고 조용한 움직임 속에서 일과를 시작한다. 새벽 예불을 드리고 명상을 한 후 아침 공양이 끝나면 부도군(浮屠群) 명상이 시작된다. 팔공산의 맑은 기가 한 곳에 다 모인 듯 새소리와 물소리, 스치는 바람소리! 한낮임에도 모기가 극성이다. 모기의 공격에도 아랑곳 않고 참가자들은 부도 앞에 앉아 움직일 줄 모른다. 명상이 끝나고, 108 염주 꿰기를 하면서 몸을 풀고, 저녁 예불에 이어서 철야정진을 한다. 참선과 1080배를 하는 동안 온몸이 땀으로 젖어간다. 다리가 후들거려 엎어지기 일쑤이고 흥건하게 땀을 머금은 머리칼이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인다. 그 반짝임은 땀에 비친 불빛이 아니라 그들의 의지가 담긴 눈빛이리라. 지금껏 해 보지 않은 절을 하면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참가자들을 위해 죽을 끓여 야식을 준비하는 동안, 이들 생각에 괜스레 코끝이 찡하고 가슴이 뭉클하다. 길면서도 짧게 느껴지는 밤을 지새우고 새벽이 오면, 전날과는 또 다른 느낌의 새벽 예불을 드리게 된다. 지치고 힘든 과정이지만 모두가 함께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표정만은 맑고도 밝다. 회향시간, 참가자들은 서로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누군가가 울먹이는 소리로 소감을 발표하니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 순간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모두가 한 마음이 된다. 입재식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답답하고 아픈 마음을 안고 찾아온 휴직자를 위한 템플스테이, 힘든 2박 3일을 지낸 참가자들은 지금도 동화사를 자주 찾는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시간 내내 함께 해 주신 스님과 자원봉사자들의 정성에 감동하고, 산사에서 보낸 시간이 그리워 다시 템플스테이에 참가하기도 하고, 자원봉사자로 남아 도와주기도 한다. 템플스테이를 담당한지 어느덧 일 년 반, 참으로 감회가 새롭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 절집 생활에 대한 기초 지식도 없이 템플스테이가 좋아서 무작정 뛰어들었으니 말이다. 용기와 열정만으로 시작한 템플스테이 운영은 결코 쉽지 않았다. 홍보에서 프로그램 개발, 준비, 진행과 마무리까지 해내야 한다는 것이 힘이 들어 회의를 가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회향할 때 서로 부둥켜안고 아쉬워하는 모습, 감동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힘들었던 기억은 까맣게 덧씌워지고 좋았던 기억만 남는다. 삼일수심 천재보(三日修心 千載寶) 삼일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요 백년탐물 일조진(百年貪物 一朝塵) 백년의 탐물은 하루아침 티끌이라. 동화사 템플스테이…호젓한 산사 숲길 걷다 대구 팔공산에 위치한 동화사는 조계종 제9교구본사다. 대구광역시를 비롯해 청도군, 성주군, 칠곡군, 달성군 등에 산재한 100여 개의 사찰을 아우르는 대찰이다. 신라 흥덕왕 7년(832) 심지 대사가 창건해 934년 영조선사, 1190년 고려 보조국사 지눌스님, 1298년 홍진국사에 의해 각각 중창되며 오늘날에 이른 천년고찰이다. 조선시대에 조성된 대웅전(보물 제1563호)을 비롯해 당간지주(보물 제254호), 동화사입구마애불좌상(보물 제243호), 비로자나불(보물 제244호) 홍진국사탑(보물 제601호) 등의 아름다운 성보(聖寶)들이 사찰의 유구한 역사를 보여준다. 대구광역시를 대표하는 사찰인 만큼 템플스테이는 도심에 사는 직장인과 외국인들의 휴식과 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백미는 문화유산해설사와 함께하는 템플라이프. 조계종 포교사단 문화유산해설사팀의 도움을 받아 사찰 안의 여러 전각과 불상, 보물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듣고 불교미술에 관해 배울 수 있다. 가부좌를 틀기 어려운 외국인들에게는 걷기 명상을 마련했다. 호젓한 산사의 숲길을 걸으며 삿된 생각을 털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스님과의 다담(茶談) 시간에서는 인생의 갖가지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들을 수 있다. 이밖에 발우공양, 참선 등 기본적인 프로그램들도 준비됐다. ![]()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내설악계곡에서 참선을 체험하고 있다. ■ 내 인생의 템플스테이 - 백담사 “마음 속 무거운 짐 덜어내요” 산중에 운치 있는 사찰과 바로 눈앞에 잔잔히 흐르는 계곡과 바람소리 등은 연신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하는 풍경이었다. 긴장되는 첫날인 만큼 잠자리가 바뀌고 새벽 예불시간에 맞춰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한참동안 뒤척거리다 잠들었다. 나의 어린시절은 행복이라는 글자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남들의 시선 속에 항상 행복한 척, 아름다운 추억인 것처럼 포장해 왔었다. 그러나 마음은 속일 수 없는 거다. 내 가슴속 어느 귀퉁이에 숨겨져 있던 어린 시절의 서러움과 아쉬움이 갑자기 복받쳐 올라, 감은 내 눈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모두들 눈을 감고 명상 중에 있었던 터라 몰래 눈물을 훔치며 명상을 마무리했다. 꼭 마음의 무거운 짐을 버린 것처럼 너무 홀가분해졌다. 점점 날이 저물어가고 있는 시점에 예상치 못한 1080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긴장한 탓일까, 시작 전에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급하게 먹은 옥수수가 체한 모양이다. 절을 할 때마다 속이 이상하고 힘이 들어 절반정도는 이를 악물고 했는데 나머진 중간 중간 속도를 놓쳐 앉아서 속을 다스려야 했다. 드디어 1080배를 알려주는 경쾌한 소리가 사람들의 땀 냄새와 열기로 가득한 방 안에 울려 퍼졌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방에 도착해 잠자리에 들었는데 피곤한 탓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다음날 근육으로 뭉친 다리로 다시 시작된 108배에 혼신의 힘을 다해 하는 나의 모습에 스스로 감탄했다. ‘나를 깨우는 108배’를 통해 내가 살아가면서 참 많은 죄를 짓고 사는 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우리를 기다리는 3보1배! TV에서 본 적은 있었지만 내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평소 사소한 일에도 마음을 다스리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러운 시간이었다. 내 인생에 있어 2박3일은 찰나지만 그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아 너무 좋았다. 템플스테이 참가에 대한 용기가 없었으면 이전과 똑같은 삶을 살거나 많은 것을 잃고 살아갔을지도 모르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박은영/ 2009년 공모수기 동상 당선작 백담사 템플스테이…한용운스님 체취 훈화 가득 만해 한용운 스님의 <백담사 사적기>에 따르면 백담사는 서기 647년 자장율사가 설악산 한계리에 ‘한계사’ 란 이름으로 지은 절이다. 백담사란 명칭은 사찰에서 설악산 대청봉까지 100개의 작은 담이 있는데 담 곳곳마다 절을 지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템플스테이는 아름다운 내설악의 풍경 속에서 불교 수행자의 일상을 체험케 하고, 여러 가지 명상을 통해 마음의 편안과 휴식을 제공한다. 특히 백담사는 만해 한용운스님이 주석하며 <님의 침묵> <불교유신론> 등을 집필한 곳으로 유명하다. 곧 스님의 체취와 훈화를 느낄 수 있는 ‘님의 침묵과 함께 하는 템플스테이’가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개인부터 수백명에 이르는 단체까지, 참가자의 숫자와 연령대를 고려한 맞춤형 템플스테이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반드시 찾는 문화체험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불교신문 2613호/ 4월10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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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 동화사 템플스테이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