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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화사 호암소의 유래

미모의 규수를 연모한 상좌스님이 호랑이를 만나 그 마음을 버리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하는 호암소 전경.




마음 속 번뇌 내려놓고 깨달음을 얻다


여인 미모에 이끌려 마음병 앓던 스님

호랑이 습격 받고 세속의 情 털어 내



강원도 동해시에 위치한 두타산 무릉계곡에는 호암소라는 연못이 있다. 정확히 말해 연못이라 보기는 어렵고 계곡물에 패여 수심이 깊은 계곡의 한 단면이다. 홍면섭이 쓴 <삼화사중수기>에는 “양쪽 언덕에서 연못의 물이 가운데로 흘러서 폭포를 이루는데 그 떨어지는 모습이 눈과도 같고 꽃잎과도 같다” 고 묘사하기도 했다. 이곳의 이름을 지은 사람은 조선시대 선조임금 때 삼척부사를 지낸 김효원이었다고 전한다. 이곳에는 수행자의 뒤를 따라 물을 건너려던 호랑이가 빠져 죽었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아득한 옛날 강원도 동해에 위치한 천년고찰 삼화사에는 법력(法力)이 높은 스님 한 명이 주석하고 있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달해 지역민은 물론 나라에도 이름이 알려져 ‘큰스님’으로 칭송되는 스님이었다. 이 스님의 문하에는 신심이 두텁고 공부도 잘하는 젊은 상좌스님이 한 사람 있었다. 이 스님은 어느 해 겨울에 병이 들어 자리에 눕게 되었다.

삼화사 큰스님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며칠이 지난 뒤 큰스님은 몸져 누운 상좌의 병이 어느 여인을 흠모해서 생긴 ‘상사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문(佛門)에는 여색을 멀리하는 금기사항이 있었기 때문에 큰스님은 여간 곤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연을 알아보니 상좌스님이 앓아눕기 전 삼화사에는 삼척에 사는 미모의 규수가 자신의 친어머니와 함께 기도하러 온 적이 있었다. 병색이 완연했던 규수의 어머니는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마지막으로 부처님을 찾은 것이었다.

“무슨 약을 써도 소용이 없으니 이제 부처님께 마지막으로 기대보는 수 밖에 없구나.”

이렇게 생각한 규수는 어머니를 모시고 수 십리 길을 걸어 삼화사에 와서 요사채에 머물며 어머니를 위해 지극정성으로 부처님 전에 기도를 올렸다. “부처님, 저의 어머니를 살려 주세요. 아직도 이 생에서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더구나 저의 어머니는 이 생을 하직하기에는 나이도 너무 젊습니다. 제발 부처님 저희 모녀의 애끓은 기도에 감읍하셔서 가피를 내려 주소서.”

아리따운 규수가 일심으로 기도하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주변 사람들의 호감을 샀다. 출가한 스님의 몸이었지만 큰스님의 상좌스님도 젊은 여인의 모습에 흠모하는 마음을 품고 말았다. “이래서는 안된다. 나는 출가한 수행자가 아니던가?”

규수 모녀가 일주일동안 간절한 기도를 하고 하산을 한 뒤 며칠 되지 않아 상좌스님은 고열로 신음하게 되고 말았다. “감기 한번 걸리지 않던 사람이 큰 병을 앓게 되다니 무슨 방도가 없을까?” 상사병에는 백약이 무효라. 큰스님은 마음을 다잡았다.

“하는 수 없다. 마을로 내려가 얼굴이라도 한번 보여줘야겠어.”

이렇게 해서 큰스님은 다음날 새벽 일찍 몸져 누운 상좌스님의 방으로 갔다. “오늘은 나와 함께 마을로 내려가 탁발을 하러 가야겠다. 갈 곳은 저 멀리 삼척이다. 채비를 단단히 하고 나오너라.”

삼척이라는 말에 상좌스님은 아리따운 규수가 사는 곳임을 직감했다. “그래, 큰스님을 따라 삼척에 가면 분명 그 규수를 한번 볼 수 있을 것이야. 내가 여기서 누워 있을 때가 아니야. 빨리 서둘러야지.”

언제 아팠냐는 듯 떠날 채비를 하고 나서는 상좌스님의 모습을 보면서 큰스님은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고,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허허 참, 웃을 수도 없고 한탄할 수도 없구나.”

수 십리 길을 걸어 한낮이 되어서야 삼척에 도착한 큰스님과 상좌스님는 서로 반대편에서부터 탁발을 시작했다. 걸망에 어느 정도 양식이 담길 때가 되자 두 스님은 한 곳에서 만났다. 이제 큰스님과 상좌스님은 함께 탁발을 시작했다. 큰스님은 서서히 규수의 집 근처로 향했다.

“이 집은 며칠 전에 우리 절에 머물렀던 모녀집이 아니더냐. 너도 기억하느냐?” “예, 큰스님.” 상좌스님은 태연하게 말했지만 마음은 두근 반, 세근 반으로 쿵쾅거렸다. 이제 마음에 품었던 규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머리가 하얗게 표백되는 듯했다.

“나무관세음보살. 부처님 전에 시주를 하세요.” 문 밖에서 목탁소리가 들리자 대문을 열고 나온 여인은 다름 아닌 아리따운 규수였다. 상좌스님은 심장이 정지하는 듯했다.

“아니, 큰스님께서 저희 집에까지 탁발을 나오시다니요?”

화들짝 놀란 규수는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집안으로 모셨다. 따뜻한 공양을 준비한 규수는 그 동안의 안부를 말했다. “큰스님. 저희 어머니는 부처님 은덕으로 병을 고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아무리 약을 써도 되질 않아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삼화사였는데 일주일 동안 기도를 하고 돌아오니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날 정도로 건강해졌습니다. 이 모두가 큰스님께서 염려해 준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규수가 말하는 동안 옆에 있던 상좌스님은 그토록 흠모하던 여인의 모습을 마음껏 보고, 또 보았다. 큰스님은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상좌의 모습을 외면해 주었다. 공양이 끝나자 큰스님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문 밖까지 배웅을 나온 모녀는 지극한 마음으로 합장하며 재차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상좌스님은 여인에 대한 애끓는 마음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쩌랴, 속세의 일을 떠나 도를 구하는 수행자로 나선 이상 더 이상 욕심은 용인되지 않았다. 마음을 다잡은 상좌스님은 “큰스님 덕분에 규수의 모습을 보았느니 나도 열심히 수행해 만 중생을 제도하는 대장부의 길을 가야겠다”고 다짐하고 돌아섰다. 하지만 아직 혈기왕성한 청년이라 여인에 대한 미련은 마음 깊숙한 곳에 묻혀 있었다.

해는 벌써 지고 삼화사로 돌아오는 길은 밤길이 되었다. 큰스님과 상좌스님은 ‘호암소’(虎巖沼) 근처에 이르렀다. 이 때 어디에선가 “어흥!”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몸집이 산만한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당황한 큰스님은 도력을 발휘해 넓은 소(沼)를 풀쩍 뛰어 넘었다.

건너편에 도달한 큰스님은 상좌스님에게 소리쳤다. “어서 뛰어 건너거라. 그렇지 않으면 호랑이에게 잡아 먹힌다.” 하지만 상좌스님은 그 넓은 소를 건널 수가 없었다. 마음 속에 여인을 품고 있어서 그만큼 몸이 가볍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간파한 큰스님이 다시 소리쳤다. “야, 이놈아. 네 마음 속에 그 규수를 내려 놓으란 말이다. 그래야 마음이 가벼워 소를 건널 것이 아니냐.”

다시 호랑이가 덤벼들려고 하자 상좌스님은 품고 있던 여인에 대한 연모의 마음도 버리고 소를 훌쩍 건너 뛰었다. 그러자 거짓말 같이 그 넓은 소를 한 걸음에 건널 수 있었다. 이를 본 호랑이도 풀쩍 소를 뛰었다. 그러나 거리가 너무 멀어 호랑이는 깊은 물속에 곤두박질치며 빠져죽고 말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 쉬는 상좌스님에게 큰스님은 법문을 들려 주었다.

“똑바로 보았느냐? 사람이든 짐승이든 마음 속에 번뇌와 욕심을 담고 다니면 결코 생사고해에서 벗어날 수 없느니라. 네가 만약 마음 속에 계속 그 규수를 담고 있었다면 이 절벽을 건너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 속에서 그것을 내려놓는 순간 너는 자유를 얻어 이 절벽을 건널 수 있었다. 그래도 앞으로 그 규수를 마음 속에 담고 다니겠느냐?”

젊은 상좌는 그 자리에서 큰 깨달음을 얻고 정진해 큰스님이 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삼척부사 김효원은 호랑이가 건너다 떨어진 절벽을 ‘호암’이라 하고, 호랑이가 빠져 죽은 못을 ‘호암소’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동해=여태동 기자 tdyeo@ibulgyo.com

<사진> 호암소의 사연을 전하고 있는 안내판.



찾아가는 길 /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동해시로 들어온다. 동해시내로 내려오다 우측으로 돌아 도 42번 국도를 따라 올라온다. 삼화사의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해서 삼화동으로 들어온다. 삼화사에 못 미쳐 좌측에 다리가 있고, 호암소에 대한 조그마한 안내표지가 있다. (033)534-7661(삼화사)



참고 및 도움 /

삼화사주지 원명스님, 삼화사불교대학 최선정화 교학처장, 삼화사 홈페이지, <두타산과 삼화사>



[불교신문 2523호/ 5월9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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