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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삼화사 창건 유래

동해 두타산 삼화사 전경. 오른쪽 아래 사진은 무릉계곡.





여신이 된 세 처녀, 사찰창건을 돕다


연모했던 청년장수 김재량이 전쟁터서 죽자

두타산에 은둔하다가 자장율사 佛事에 ‘일조’




강원도 동해시 삼화동에 위치한 삼화사. 두타산이 빼어난 산세를 병풍으로 삼고 무릉계곡을 옆에 낀 삼화사는 신라시대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7세기 설과 문성왕 때 범일국사가 창건했다는 9세기설, 그리고 흥덕왕 때 (?-836) 창건했다는 설이 분분하다. 이 중 7세기 창건설에는 청년장수 김재량을 연모했던 세 처녀가 여신이 되어 자장율사를 도와 삼화사를 창건했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이 온 나라에 퍼져 있었던 선덕여왕 때의 신라 서라벌에는 진골 출신의 아름다운 세 처녀가 살고 있었다. 이들의 이름은 나림, 혈례, 골화였다. 이 세 여인은 집안끼리 잘 아는 처지였다. 그래서 어른들끼리는 서로 왕래가 잦았고 이웃사촌처럼 가깝게 지내는 사이였다. 자신들도 서로 왕래하며 사이좋게 지냈다.

세 여인은 혼인적령기가 되자 신랑감을 고르게 되었다. 때 마침 백제와 신라사이에는 전쟁이 터져 신라의 청년들은 징집되기에 이르렀다. 세 여인이 사는 이웃 마을에 사는 건장하고 인물이 수려했던 청년장수 김재량도 전쟁에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마을 사람들은 전장에 떠나는 청년들을 위해 큰 잔치를 열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이 자리에는 나림과 혈례, 골화도 동참하게 되었다.

“신라의 청년들이 백제군을 물리치고 금의환향해야 할 텐데….”

세 여인은 똑같은 마음으로 기원을 하며 수 많은 청년장수들 가운데 자신의 신랑감이 없는지 살피고 있었다. 이 중에는 수려한 외모의 김재량이 단연 눈에 띄었다. 세 여인도 김재량을 본 순간 모두가 한 눈에 반해 버렸다.

“우리 신라에 저토록 멋있는 청년이 있었다니….”

그날부터 세 처녀는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 눈을 감으면 천장에 아른거리는 청년장수 김재량의 모습이 떠올랐다. 상사병에 걸릴 만큼 김재량에 대한 연모의 정을 가진 세 연인은 모두 자신의 집에 있는 시녀를 보내 김재량과 연락을 취했다.

“그대의 모습을 본 순간부터 소녀는 하루도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부디 저와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갑자기 세 처녀의 프러포즈를 받은 김재량도 당황했다. 모두가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어 어느 여인을 선택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시간을 달리해 세 여인을 번갈아 가며 만나면서 정을 통했다. 하지만 이 사실은 곧 서라벌에 알려지고 말았다. 세 연인과 정을 통하던 김재량은 무척 당황했다. 곧 전쟁터에 나가야 하는 부담감도 마음을 압박해 왔다.

“한 여인만을 선택하라는 것은 나에게 너무 가혹하구나. 하지만 어찌하랴. 내 전장에 나가 큰 공을 세운 뒤 신분 높은 장수가 되어 이들 여인 모두를 아내로 맞이하리라.”

한 사내를 함께 사랑했던 세 여인들은 이 사실을 알면서부터 사이가 소원해지기 시작하더니 점차 질투하고 적대시하는 사이가 돼 버렸다. 이러한 시기에 결국 전쟁이 터지고 말았다. 세 여인으로부터 사랑을 받던 김재량은 전쟁터로 나갔다. 큰 공을 세워 신분을 상승시켜 세 여인을 모두 아내로 맞이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김재량은 용감하게 싸워 큰 전과를 얻었다. 나라에서도 김재량의 공로를 인정해 큰 상과 신분상승을 해 주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김재량에게 남은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세 연인을 아내로 맞아 행복하게 사는 일만 남은 듯했다. 하지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전쟁터에서 돌아오는 대열에는 백제첩자가 있어 김재량을 죽이고 말았다.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이 사실을 접한 세 처녀는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구나!” 오랜 기간 집안에서 칩거하던 세 처녀는 깊은 산중으로 은둔의 길을 떠났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강원도 무릉계곡의 두타산이었다. 이곳에서 깊은 수행을 한 세 처녀는 여신(女神)이 되었다. 이들은 신이 되어서도 김재량을 잊지 못했다. 그들은 김재량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시켰다.

세 여신은 서로 “너희들이 아니었으면 내 서방 김재량은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질투하며 싸움을 일삼았다. 이들은 또 마을 사람들에게 두타산에 많은 재물을 올려 제사를 지내기를 종용하면서 말을 듣지 않으며 재앙을 내리는 보복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대산에 문수성지를 만들고 동해안을 따라 내려오던 자장율사가 두타산에 이르러 산세에 감복했다. “천하의 명당이로구나. 이곳에는 반드시 부처님 도량이 있어야 해.” 그 곳에 사찰창건을 하기로 마음먹은 자장율사는 도량이 설 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를 본 나림여신은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는 한편, 자장율사의 입산을 방해하기 위해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해 유혹했다.

“스님, 이 깊은 산중에 어디로 가시려 하십니까?”

“소납은 산세가 좋은 이곳에 부처님 도량을 세우고자 마땅한 장소를 찾고 있소.”

나림여신은 간드러지는 말투로 스님에게 달라붙었다.

“훌륭하신 생각입니다. 소녀도 그 큰일에 동참하고자 하오니 동행을 허락해 주세요.”

“산세가 험하니 도량이 만들어지면 다시 찾아오시지요.”

자장율사가 아무리 거절해도 여인은 계속 그를 뒤따랐다. 밤이 이슥해지자 유숙할 곳을 찾던 자장율사는 사람이 살다가 떠난 외딴집에 여장을 풀었다.

나림여신을 도술을 부려 맛있는 음식을 한상 가득 장만해 자장율사 앞에 가져다 놓았다.

“스님, 오랫동안 걸으셔서 시장하실 터이니 마음껏 드시고 푹 쉬었다 가세요.”

잠시 좌정에 든 자장율사는 눈을 크게 뜨고 여인에게 엄격한 태도로 꾸짖듯 말했다.

“이 보시오. 당신은 지금 신통력으로 변장을 해 소납을 유혹하려 하고 있소. 하나 내 눈에는 당신의 아름다운 모습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인분을 싼 비단만 보이는구료.”

깜짝 놀란 나림여신은 도력과 인품이 뛰어난 자장율사에 감복하고 말았다.

“큰스님! 저의 불찰을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스님에게 피해를 드리지 않겠습니다.”

나림여신이 자장율사의 법력에 감복해 부처님 가르침에 귀의하자 혈례와 골화여신은 비웃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일이람. 한낱 인간에 불과한 스님에게 감복당하다니. 신의 체면이 말이 아니구만.” 이들은 자장율사를 혼내 줄 요량으로 호랑이로 변해 길을 가로막았다. 그러자 자장율사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지르며 이들을 꾸짖었다.

“이런 버릇없는 축생을 보았는가. 축생 주제에 신성한 도량을 세우는 불사를 막다니. 정녕 지옥에 떨어지고 싶은 것이냐.”

하지만 호랑이로 변한 두 신도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큰 발톱을 들어 달려들 태세를 취하며 자장율사에게 겁을 주었다. 그러자 자장율사는 진언을 외우며 몸을 금강석같이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것도 모르고 호랑이는 발톱으로 스님을 내리쳤다. 그러자 발톱이 으스러지면서 피가 솟구쳐 나왔다. 이 모습을 본 다른 호랑이는 기겁을 하고 도망치고 말았다.

자장율사가 다시 진언을 외우자 도망가던 호랑이는 오금을 당기며 데굴데굴 굴렀다.

“이제 너희들의 본 모습을 드러내어라. 그렇지 않으면 무간지옥에 떨어뜨려 버릴 것이야.”

다시 여신의 모습을 돌아온 두 여신은 잘못을 참회하며 용서를 구했다.

“저희들은 지금까지 한 남자를 그리워하며 서로 다퉜습니다. 오늘 큰스님의 법력에 감화되어 다시는 어리석은 마음을 품지 않으며 평생 자비로운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부디 저희들을 섭수하여 주소서.”

그리하여 세 여신은 모두 자장율사에게 귀의해 부처님 제자가 되어 사찰불사를 도우니 이 절이 삼화사다. 또한 삼화사가 있는 마을 이름을 삼화동이라 불러 세 여인의 화합정신을 기렸다고 한다.

동해=여태동 기자 tdyeo@ibulgyo.com



찾아가는 길 /

영동고속도를 타고 동해시로 들어온다. 이곳에서 국도 42번을 따라 들어와 좌회전해서 삼화동으로 들어온다. 우측에 우뚝 서 있는 쌍용시멘트 공장을 지나 쭉 올라오면 무릉계곡이 나오고 계곡 우측에 삼화사가 자리하고 있다. (033)534-7661


참고 및 도움 /

<한국불교전설99>, 삼화사 주지 원명스님, 삼화사불교대학 최선정화 교학처장, <두타산과 삼화사>

[불교신문 2529호/ 6월3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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