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82026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⑥‘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의성 수정사

본성을 찾아 소와 함께 떠나는 여행

신라 의상스님이 창건한 수정사 경내. 평지에 우뚝 솟은 금성산과 비봉산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나를 찾아 떠난 여행

수정사 맑은 샘물 마시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에서 청년 선호는 강원도 산골에서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짓고 글을 쓰며 살고 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돌봐야 했던 소가 밉기만 하다. 아버지의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소를 내다 판다고 큰소리친다. 어느날 결심을 하고 소를 차에 태우고 소를 팔기 위해 길을 나선다. 하지만 소의 간절한 눈빛 탓에 결국 소를 팔지 못하고 소와의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선호와 소의 여행이야기는 사찰 벽에 많이 그려져 있는 심우도(尋牛圖)와 닮아 있다.

심우도는 본성을 찾아 수행하는 단계를 동자(童子)나 스님이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해서 묘사한 불교 선종화(禪宗畵)이다.

<사진>영화속 수정사 스님이 소를 찾기 더 쉬울거라며 선호에게 풍경을 준다.

동자승이 소를 찾고 있는 심우(尋牛), 소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그것을 따라가는 견적(見跡), 동자승이 소의 뒷모습이나 소의 꼬리를 발견하는 견우(見牛), 동자승이 드디어 소의 꼬리를 잡아 막 고삐를 건 모습인 득우(得牛), 동자승이 소를 길들이며 끌고 가는 모습인 목우(牧友), 흰소에 올라탄 동자승이 피리를 불며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 기우귀가(騎牛歸家), 소는 없고 동자승만 앉아 있는 망우재인(忘牛在人), 소도 사람도 실체가 없는 모두 공(空)임을 깨닫는다는 뜻으로 텅빈 원상만 그려져 있는 인우구망(人牛俱忘), 산수풍경이 그려져 있는 반본환원(返本還源), 목동이 포대화상(布袋和尙)과 마주한 모습으로 그려진 입전수수(入廛垂手)로 열가지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영화에서 선호는 소를 팔기위해 청도로 향한다. 그러다 들린 곳이 영주에 있는 ‘맙소사’란 절이다. 절에서 선호는 심우도를 보고 실제로 소를 잃어 버려 찾아 나서기도 한다.

영화 속 ‘맙소사’는 경북 의성에 위치한 수정사이다. 경북 의성군 금성면 수정리에 위치한 절을 찾아가는 동안 영화속 장면들을 많이 떠올린다.

<사진>수정사 대광전 심우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거 같은 풍경들이 즐비하다. 오래된 간판, 논두렁에서 자전거 타는 할아버지, 수업을 마치고 학교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있는 아이들.

수정사는 금성산(해발 530m)과 비봉산(해발 672m)사이의 계곡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맑은 물이 나오는 수정사(水精寺)는 신라 신문왕 때 의상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해온다.

지난 11일 영화에서 선호가 소를 묶어 두었던 주차장 공간을 지나 수정사로 향했다. 영화 속에 ‘맙소사’ 현판이 붙어 있던 격외선원은 지난 해 말 새롭게 낙성했다. 격외선원 외엔 오래된 모습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석가모니불이 모셔진 대광전에 참배하고 나서니 어느새 낮게 누운 햇살이 산사를 비치고 있다. 햇살에 겨울내 얼었던 산이 녹고 있다.

선호가 찾았던 수정사는 벚꽃이 아름다운 봄이었다.

절을 떠나 옛 애인 현수를 만난다. 친구와 결혼 해 살던 현수, 그 친구는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그녀는 다시 그를 찾아왔다. 선호는 복잡하기만 하다.

영화는 현실과 비현실이 현수의 마음만큼이나 복잡하게 섞여간다.

<사진>국보 77호 의성탑리 오층석탑이 교회 옆에 외롭게 서 있다.

마음에 일어난 허상을 다 태워 버리고 선호는 “이제 그만 지지고 볶고 집으로 가자!” 외친다.

마음의 번뇌를 잡고 소를 타고 돌아오는 심우도의 ‘기우귀가’ 모습이다. 해가 지기 시작한 수정사를 내려온다.

의성 금성면에는 꼭 들려봐야 하는 곳이 한 곳 더 있다. 신라 초기에 세워진 국보 77호 의성 탑리 오층석탑이 그곳이다.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탑 주변에는 아이들이 밝게 뛰어 다니고 있다. 외롭게 학교와 교회 사이에 서 있는 탑에 인사를 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의성=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 2703호/ 3월16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