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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날씨가 추워지고, 사회적인 분위기 탓인지 몸과 마음이 더욱 위축이 되는 시기다. 한의학의 근간을 이루는 이론 중에 인간은 소우주라는 대전제를 두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두고 최근에 모 사찰의 주지 스님과의 대화에서 큰 깨침을 얻은 바가 있다. 스님은 우주(宇宙)라는 말을 아느냐고 먼저 운을 떼셨다.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망연해 있는 본인에게 왜 집우 집주라는 단어를 쓰는지 화두가 담긴 질문을 연이어 던지셨다. 예전에 천자문을 배울 때 ‘집우, 집주’라는 단어를 무조건 외던 기억이 떠올랐으나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당황했다. 스님이 말씀하시길 우리 조상들은 우주를 집에 비유를 했다고 했다. 요즘 사람들이 환경을 많이들 운운하는데, ‘집우, 집주’를 잘 이해하면 환경캠페인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스님의 말씀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심오한 이치와 인생관이 담긴 우주라는 말의 본질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우리 몸을 가장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시사철의 순행에 따라 잘 맞추어 가야 한다. 겨울에는 침잠하는 기운이 지배하기 때문에 양기(陽氣)를 어지럽히지 말아야 하며, 저녁 일찍 잠을 청하고 아침 늦은 시간까지 충분한 수면을 취하며 본인의 뜻을 드러내지 않는 마음의 자세를 가지라고 ‘내경’이라는 의학서적에서는 말하고 있다. 이는 겨울의 감추는 기운을 염두한 것으로 정신의학적 관점에서는 겨울을 나는 마음의 자세를 표현한 것이다. 즉, 무언가 발설하기 보다는 내적으로 잘 비축하는 마음을 내어야 한다. 겨울에 과도하게 땀을 낸다든가 지나친 허세를 부리는 것은 자연의 순행에 어긋나는 일이다. 

우리는 몸의 순행이 안 되는 것을 ‘저린다’라고 한다. 환자들 대부분이 저림 증상이 있음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의학에는 ‘불인마목(不仁痲木)’이라는 병증이 있는데, 마음이 인자하지 않으면 저림 증상이 나타남을 뜻한다. 사지나 근육이 마치 남의 살갗처럼 어둔한 느낌이 나타나고 멍멍한 느낌을 호소하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사사사철의 기후에 맞추어 지내도록 제안하고 이 순행에 맞게 침과 한약을 처방한다. 특히, 겨울에 많이 나타나는 질환 중에 우울증이 있다. 우울증은 기분이나 생각뿐만 아니라 신체증상을 포함하는 신체전반에 걸친 질환으로서 스스로에 대해 느끼는 방식과 사물에 대해 생각하는 방향에 영향을 준다. 우울증은 일시적인 우울감과는 달라서 본인 의지만으로 쉽게 개선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경우 치료하지 않으면 경과가 길어지고 재발을 반복하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불교신문3355호/2017년12월20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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