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충주 김상국·큐아ㅊ티니 부부 |
“보란듯이 잘살아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을 없애겠다”고 다짐하는 김상국·큐아ㅊ티니 부부와 큰딸 은서의 모습.
“가정화목, 농작물처럼 쑥쑥!” 베트남 출신 아내는 결혼 5년차 “큰 딸은 의사 돼 인술 펼쳤으면”
베트남에서 시집 온 큐아ㅊ티니(24) 씨는 남들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한다. 농번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복숭아, 사과, 배 등 과수원 일과 소를 키우고 있는 큐아ㅊ티니 씨 가정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김상국(43) 큐아ㅊ티니 씨 가정을 방문한 지난 22일 오후에도 그녀는 외양간에서 여물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친 자식 보듯 소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큐아ㅊ티니 씨가 먼저 “우리 소는 22명이예요.”라고 자랑했다. 그러자 남편 김상국 씨가 얼른 “동물에게는 ‘마리’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고 자상하게 가르쳐 줬다. 농부의 아내로 살며 때론 힘든 일도 감수해야 하지만 큐아아ㅊ티니 씨는 자신이 가꾼 농작물이 무럭무럭 자랄 때가 가장 보람된다고 한다. “남편이 가르쳐 주는 대로 이것저것 하다 보니 저절로 됐다”는 그녀는 바쁜 일과 속에서도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요즘이야 못하는 일 없이 씩씩하게 해내고 있는 결혼 5년차 주부지만, 처음 한국에 발을 들였을 때만해도 모든 것이 낯설고 무서웠다고 한다. 큐아ㅊ티니 씨는 1년 동안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특히 말이 통하지 않아 냉가슴을 앓은 그녀의 심정은 누구도 해결해 주지 못했다. 남편의 자상함도 외로운 마음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때부터 시아버지 김진복 씨는 바깥일로 출타할 때마다 큐아아ㅊ티니 씨를 데리고 나갔다. 속담에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 사랑’이라는 말이 있듯이 하루가 멀다 하고 눈물을 쏟아내는 며느리의 모습이 안타까웠던 시아버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며느리를 달랬다. 이날도 시아버지 김 씨는 며느리 자랑에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우리 며느리는 머리가 비상하다’, ‘길을 잘 찾아 간다’ 등등 순식간에 10여 가지를 쏟아냈다. 김 씨는 “5여 년 전만 해도 혼자 사는 아들이 늘 마음에 걸렸는데, 예쁜 며느리가 들어와 가정을 꾸려줘 그저 고마울 뿐”이라며 며느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어 시아버지 김 씨는 “며느리가 국적을 신청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며 “절차가 너무 까다로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큐아아ㅊ티니 씨는 이날 고국에 홀로 두고 온 어머니 생각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큰 딸 은서가 “의사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이 끝나자 그녀의 얼굴에 굵은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물을 쉽게 그치지 못했다.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에 남편 김 씨는 어쩔 줄 몰라 하더니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사돈이 요즘 많이 편찮으시다”며 시아버지가 말을 거들었다. 힘겹게 말을 이은 큐아ㅊ티니 씨는 “오랜 노동으로 무릎도 안 좋으신데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해 걱정”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녀는 딸이 의술을 배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의사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큐아아ㅊ티니 씨는 잠들기 전 항상 마음속의 부처님께 기도를 올린다. 베트남에 있을 때만해도 독실한 불자인 어머니를 따라 불공을 드리러 가곤 했지만, 한국에서는 음성 미타사와 덕주사를 한 번씩 가본 것이 전부다. “손녀가 보고 싶다는 어머니 생각이 간절하다”는 큐아ㅊ티니 씨는 “부처님이 어머니를 지켜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남편 김상국 씨가 “다문화 가족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된 것 같다”며 “보란 듯이 잘 사는 모습으로 다문화 가족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큐아ㅊ티니 씨는 “친정에 갔을 때 딸들이 할머니와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베트남어를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의 소박한 꿈이다. 충주=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불교신문 2521호/ 4월29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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