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⑮ 청원 현암사

마치 호수에서 튀어 올라 승천할 것 같은 용 조각상. 구룡산 정상 모습.



현암사 대웅보전.





경내에서 바라본 대청호.





대청댐.





5층석탑 가는길.





無念으로 올라온 산 정상서



호수 박차고 나온 龍을 만나다




가뭄은 현실이었다. 넉넉한 수량을 자랑했던 몇해 전 대청호는 간데 없고 호수 곳곳에 맨살이 드러나 있다. 부처님오신날을 나흘 앞두고 대청호가 한눈에 보이는 현암사를 찾아갔다. 연초록 빛깔의 봄내음은 이제 곧 사라질 기세다. 대청호 전망대인 현암정 바로 앞에서 현암사로 향하는 길이 열린다.

백팔번뇌를 상징하는 108개의 계단에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잠시 숨을 돌리며 뒤돌아보니 거대한 대청호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먼발치 아련한 호수에 눈을 돌리다보니 마음속으로 헤아렸던 계단의 숫자는 멍하니 잊고 말았다. 계단을 다 올라 산길을 10여분 더 오르면 현암사가 나온다. 어느새 웃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공해에 찌든 도심에서 수행은 커녕 그 흔한 운동조차 인색했던지 숨이 차 헉헉대며 식은 땀 찌든 땀을 뻘뻘 흘리는 사이, 70대가 훌쩍 넘어 보이는 한 노보살은 힘든 기색 하나 없는 편안한 표정으로 내 곁을 스쳐간다.

현암사는 백제 전지왕(?~420년) 때 고구려 청원선경 스님이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는 고구려와 백제가 한강의 패권을 놓고 사이가 그리 좋지 않던 시절이었을 터인데, 고구려 스님이 여기까지 와서 사찰을 창건했다는 기록이 새삼 놀랍다. 역사의 뒤안길에 무슨 특별한 사연이라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비탈진 곳에 세운 도량이라 현암사는 산세를 따라 가로로 길게 위치하고 있다. 대청호가 바라 보이는 산 중턱에 있어서 사찰 곳곳에서 호수를 조망할 수 있다. 사찰 오른편으로 50여m를 오르니 5층석탑이 나온다. 탑돌이 하는 분들의 뒤를 따라서 탑을 몇 바퀴 돌았다.

“정상에 오르면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와 대청호가 한눈에 펼져지고 사방으로 막힘이 없답니다.” 하산하는 등산객의 말에 솔깃한 나머지 구룡산 정상인 삿갓봉까지 올라갔다. 산행길 곳곳에 크고 작은 돌탑들이 세워져 있다. 큰 탑들은 청남대 주변 경호를 위해 머물렀던 군인들이 쌓았다고 한다. 그렇게 현암사에서 30여분을 올라 정상에 다다랐다.

정상에는 또한 대청호 호수에서 막 승천하는 듯한 모습을 형상화한 ‘용’이 자리잡고 있다. 수년간 승천하지 못한 채, 삿갓봉 정상에 서 있는 용은 무슨 말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청원=김형주 기자



[불교신문 2524호/ 5월16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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