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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백산 정암사

7월31일 정선 정암사 일원에서 함백산 야생화축제가 시작됐다. 함백산 아래 위치한 만항재에 수많은 여름 야생화들이 개화를 시작했다. 수줍게 고개를 내민 정겨운 이름의 야생화들이 찾는 이들을 반긴다. 축제는 오는 9일까지 계속된다.
정선 정암사 적멸보궁.
삼탄 석탄유적지 갱도 입구.
동자꽃.
花사함에 물든 산자락“화엄동산이 여기로세”
태백산맥 줄기 따라 봉긋 솟은 또 하나의 고봉 함백산. 겨울눈 수북하게 쌓인 백(白)발의 겨울산이 장관인 줄 알지만, 무더위가 극에 달한 지난 7월25일 땀방울 뚝뚝 떨구며 함백산에 들어섰다. 강원도 정선이다. 함백산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적멸보궁 정암사가 있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스님이 사리를 모셔와 정암사 위쪽에 탑을 세우고 그 안에 봉안했다. 적멸보궁에서 보물 중에 보물은 수마노탑(보물 제410호)이다. 먼발치서 탑을 보고 따스한 부처님의 체취가 서려있는 적멸보궁을 향한다. 어린시절 이곳 정암사를 찾았을 적엔 법당마다 모셔진 불상이 적멸보궁엔 왜 없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계시기에 다시 부처님을 모실 이유가 없음을 그때는 몰랐던 게다.
정암사와 적멸보궁, 수마노탑 인근엔 겨울 눈꽃을 대신한 야생화들이 만발했다. 온갖 풀꽃들이 저마다 제 구실을 하려는 듯 흩날린다. 삼라만상 무엇하나 부처 아닌 것이 없다더니, 야생꽃 하나 하나에 눈을 맞추면 부처님을 만난 듯 상서롭다. 이러한 야생들꽃들이 만개하여 극에 달하게 되는 7월말부터 오는 9일까지 이 일대에선 야생화축제가 열린다.
정선이라 하면 퍼뜩 ‘광산’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1990년대 시작된 ‘석탄합리화 사업’으로 이제 모두 문을 닫았지만, 이 지역은 한때 우리나라 경제의 중추가 됐던 광업소가 성황을 이뤘었다. 정암사 바로 아래에 있는 삼탄 석탄유적지를 돌아보니, 갱도 입구에 ‘아빠! 오늘도 무사히’라는 가슴뭉클한 글귀가 적혀 있다. 당시 수많은 광부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목숨을 담보로 석탄을 채취했으리라.
‘산상의 화원’이라고 불리는 만항재(1330m)에 오른다. 약한 빗줄기가 고개를 오르면서 어느새 짙은 안개비로 변해 산자락을 감싼다. 함백산 정상에서 240m 아래 위치한 만항재에 여름꽃들이 이제 막 만개하기 시작했다.
큰비를 맞기 전에 촬영을 마치려고 다급하게 발걸음을 옮기자, 고한읍 번영회장이라는 다소 ‘촌스러운’ 직함을 가진 최동순씨가 손사래를 친다. “걸음을 늦추세요. 그렇게 가다보면 수풀 사이사이 피어있는 아름다운 꽃들을 못봐요.” 그러면서 최 회장은 “야생화 군락지는 절대 인위적으로 조성한 화원이 아니다”며 “가을철에 잡풀만 뽑아주면 자기들끼리 군락을 이뤄 아름다움을 뽐낸다”고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저기에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고 있는 말나리를 보세요.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놈은 하늘말나리인데 사람들이 예쁘다고 다 뽑아가버려서 요즘은 보기가 통 어렵답니다. 여기 좀 보세요. 동자꽃, 큰까치수염, 층층이꽃, 노루오줌….”
이름만으로도 너무 정겹다.
짙은 안개속에서도 작은 야생화들은 여기저기서 보석처럼 빛을 발한다. 한발 한발 걸어간다. 그러면 여기저기 수풀 사이서 깜찍하게 피어난 야생화들이 너도나도 고개를 내민다. 화엄동산이 따로 없다.
정선=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 2546호/ 8월1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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