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울진 김효철 · 디손 조지마누루드디존 씨 부부 |
“우리 엄마는 영어 선생님 이예요.” 지난 6일 소영이가 엄마 디손 조지마누루드디존 씨와 함께 단어를 익히며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옆에서 김효철 씨가 딸을 대견하게 바라보고 있다.
“우리 엄마는 영어선생님”
필리핀 출신 아내, 청소년문화센터서 활동 장모를 친어머니처럼 모시는 남편에 ‘감동’ 지난 6일 만난 소영(9)이는 엄마를 ‘영어 선생님’으로 소개했다. 소영이는 “엄마 따라 외할머니 만나러 필리핀에도 갔었다”면서 “처음 먹어보는 음식도 먹고 신기한 것도 많이 봤다”며 미소를 지었다. 소영이 엄마, 디손 조지마누루드디존(32)씨는 현재 울진군에서 운영하는 청소년문화센터 방과후교실 영어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도시에 비해 인적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생님이다. 군청에서 추천해 3년 째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운전면허를 취득해 차를 직접 몰고 일주일에 두 번씩 학생들을 가르치러 나간다. 수업은 영어로 진행하지만 학생들이 따라오지 못하면 유창한 한국어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딸 소영이는 엄마가 영어 선생님으로 활동하는 것이 마냥 신나고 뿌듯하기만 하다. 지난 2002년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려 남편 김효철(43) 씨와 오순도순 지내고 있지만, 처음 왔을 때 결혼이주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을 혹독하게 겪었다. 필리핀은 유교권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베트남이나 태국서 온 이들보다 배 이상의 어려움이 뒤 따랐다. 그중에서도 일 년에 세 번 이상 지내는 제사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10여 가지의 음식을 차려 늦은 밤까지 기다려야 하는 풍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남편은 아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전에 아버지께서 좋아하는 음식을 차려두고 그분을 생각하며 예를 올리는 풍습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울진군에서도 가장 오지에 속하는 기성면 삼산리에 시집와 한동안 외로움에 시달렸던 것도 사실. 시내로 나가는 버스는 하루 두 대뿐이고 가까이에는 친구도 없었다. 그때만 해도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있어 방문지도교사가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하루에도 수 십 번 눈물을 쏟았다. 얼마못가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자 필리핀으로 돌아가겠다며 짐을 꾸렸다. 눈물을 흘리는 남편을 뒤로하고 필리핀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때 이미 뱃속에 소영이가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필리핀에 도착하고 나서 남편과 시어머니 생각에 고민의 날들을 보냈다. 그리고 남편과 매일 통화하며 돌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디손 조지마누루드디존 씨는 “시어머니는 불교를 믿는데 부처님처럼 마음이 넓다”면서 “언제나 따뜻한 시어머니 덕분에 한국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 부부 사이는 더욱 돈독해 졌다. 디손 조지마누루드디존 씨는 특히 남편이 필리핀에 있는 어머니를 친어머니처럼 생각해 주는 것이 가장 고맙다고 한다. 농사일로 바빠 자주 안부를 묻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든든한 사위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김효철 씨는 “장모님이 요즘 건강이 좋지 않으신데 얼른 쾌차하셨으면 한다”면서 “아내는 늘 고맙다고 하지만 당연히 할 도리를 다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남편의 말을 듣고 있는 디손 조지마누루드디존 씨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엄마를 닮아 예쁜 눈을 지닌 소영이는 부부의 보물. 소영이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면서 “엄마 아빠가 나이 들어 아프면 항상 곁에서 보살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울진=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불교신문 2558호/ 9월16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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