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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나주 황인철 마리샤 부부

“딸아이 인성교육 절에서 해요”

“딸 아이 인성교육을 위해 절에 잘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필리핀 출신의 결혼이주여성 마리샤 모꼬로(34)씨는 지난 8일 나주 심향사 어린이 법회에 딸 한비(9)를 보낸 사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불자인 남편 황인철(38)씨도 “가톨릭 문화권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내가 딸을 절에 보내자고 했을 때 내심 기뻤다”며 흐뭇해했다.

한국-필리핀 본 따 ‘韓比’로 이름 지어

두 문화 모두 습득해 정체성 갖길 바래

마리샤 씨가 한비를 절에 보내게 된 까닭은 다음과 같다. 그녀가 처음 한국 땅을 밟았을 때 낯선 언어와 문화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딸을 낳고 남편에게 따뜻한 국을 먹고 싶다고 했지만 말을 잘못 알아들은 황 씨는 ‘국’ 대신‘죽’을 내놓을 정도였다. 이 무렵 우연한 계기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마련한 사찰 탐방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 태어나 처음 가본 곳이었다.

그곳에서 스님을 만나 법문을 듣고 절을 둘러보며 불교를 처음 접했다. 마리샤 씨는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면서 “그 이후 집 근처에 심향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종종 남편과 절을 찾았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황인철 마리샤 부부가 지난 8일 집 앞에서 딸 한비와 함께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부부는 이웃으로부터 심향사(주지 원광스님)에서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템플스테이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부는 주저하지 않고 한비를 절에 보냈다. 그때가 올 8월이다. 한비는 엄마 아빠 손에 이끌려 절에 가게 됐지만 아직까지 친구들과 함께 한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부모님에게 편지를 쓰고 천연비누를 만들며 색다른 체험도 했지만 특히 법당에서 셀 수 없이 절을 한 기억만은 잊지 못한다.

부부는 이렇게 인연을 맺은 심향사에 딸을 정기적으로 보낼 계획이다. 황인철 씨는 “심향사에서 다문화 가정 자녀를 위해 정기적인 법회가 열렸으면 좋겠다”며 “절에서 같은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불심도 키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인철 마리샤 부부는 지난 1999년 5월에 결혼했다. 이듬해 엄마의 뚜렷한 이목구비를 쏙 빼 닮은 딸을 낳았다. 이름은 한국을 뜻하는 ‘한(韓)’과 필리핀을 뜻하는 ‘비(比)’라는 두 글자를 합쳐 ‘한비’라고 지었다. 한국과 필리핀, 두 나라의 문화를 골고루 습득해 뚜렷한 정체성을 갖고 별 탈 없이 자라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신혼 초부터 생각해 뒀던 이름을 아이에게 선물했다.

마리샤 씨는 요즘 몸이 불편한 남편을 대신해 여러 가지 일을 도맡고 있다. 한비가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교사로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딸을 위해서 사회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첫 수업 날 한비가 마리샤 씨를 ‘엄마’라고 불러 한동안 난감했다는 에피소드는 아직까지 잊지 못한다.

수개월이 지나서야 엄마가 아닌 선생님이라는 것을 딸이 깨닫고부터 마리샤 씨는 또 다른 목표를 세웠다. 평소 아이들을 좋아해 지역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보육교사 자격 취득을 위해 공부하고 있다. 교육을 마치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근무할 수 있게 된다. 학생들을 가르쳐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는 것도 뿌듯하지만 같은 나라에서 시집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움을 주는 것은 그녀에게 가장 보람된 일이다.

이날 황인철 씨는 평소 전하지 못했던 고마움을 아내에게 표현했다. 황 씨는 “일도 힘들 텐데 가정을 챙기느라 쉴 틈 없는 아내를 보면 안쓰러우면서도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나주=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불교신문 2575호/ 11월18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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