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2025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주지실 열어 신도 공부방으로…매월 육재일 지정

‘학이 날아와 노닐었다’는
아름답고 수려한 풍광 자랑
고종과 명성황후 사랑 담긴
‘마애관음보살좌상’ 유명

하계종합복지관 지원하며
지역사회 복지증진에 매진
불자들의 정체성 강화위한
신도교육, 수계법회에도 활발

 

불암산 중턱에 위치한 학도암은 아름답고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사찰로, 명성황후가 조성한 ‘학도암 마애관음보살좌상’로 유명한 사찰이다. 중생을 굽어 살피는 관세음보살의 마음으로 지역 주민들을 위한 복지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으며, 불자들의 정체성 강화를 위한 교육사업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사진은 학도암 주지 묘장스님과 신도들이 지역 주민들을 위한 하계종합사회복지관 온기나눔 바자회에 참석한 모습

서울 학도암은 불암산 중턱에 위치한 사찰로, 불암산을 대표하는 전통사찰이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작은 암자이지만 아름답고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불암산과 어우러진 학도암 풍경이 아름다워 ‘학이 이곳에 날아와 노닐었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다. 학이 놀다가 갔다는 것에서 유래돼 사찰 이름 역시 학도암(鶴到庵)으로 불리게 됐다.

학도암은 조선시대 후기인 1624년 무공스님이 불암산 내 한 암자를 현재 자리로 옮겨 창건했으며, 1878년 벽운스님이 재창했다는 기록이 <봉선본말사지(奉先本末寺誌)>에 남아 있다. 한국전쟁의 화마로 옛 모습은 남아 있지 않다.

1960년대 명호스님이 법당을 중건하면서 제 모습을 갖췄으며, 1989년 전통사찰 제77호로 지정됐다. 2006년 법보스님(현 제8교구본사 직지사 주지)이 주지를 맡으면서부터 삼성각과 대웅전을 중창하는 등 불사를 통해 사격을 일신해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됐다.

학도암의 상징은 바로 ‘학도암 마애관음보살좌상(서울유형문화재 제124호)’이다. 마애관음보살좌상은 자비롭고 인자한 미소로 힉도암을 찾는 불자들과 지역 주민들을 굽어 살피고 있다. 학도암 암자 뒤편 커다란 바위 면에 새겨진 마애보살좌상은 높이 13.4m, 불상너비 7m 규모로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조성됐다.

학도암은 물론이고 노원구를 대표하는 명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1월 학도암 주지를 맡은 묘장스님은 가장 먼저 마애관음보살좌상에 얽힌 역사와 이야기를 정리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학도암의 역사적 가치를 불교계 안팎에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였다.

기록에 따르면 마애관음보살좌상은 1870년 명성황후에 의해 조성됐다. 고종의 사랑을 얻고, 왕자를 낳아 왕통을 잇고, 자녀가 성공하기를 지극한 마음으로 발원하며 마애관음보살좌상을 조성하는 대규모 불사를 시작했다. 당시 최고의 불모였던 장엽스님을 금어로 임명하고 경복궁을 복원하던 왕실 석공 등 당대의 전문가들이 총동원됐다.

관세음보살의 가피로 인해 명성황후는 차츰 고종의 사랑을 얻게 되었고 몇 년 지나지 않아 후에 순종이 되는 왕자 이척을 낳게 된다. 이로 인해 학도암 관세음보살좌상은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영험이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학도암 주지 묘장스님은 “학도암은 고종의 사랑을 얻기를 바라며 조성한 마애관음보살좌상이 유명하다. 명성황후 시해 후 1년 뒤 고종은 매일 아침 명성황후의 무덤에 답변없는 안부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고종과 명성황후의 사랑은 죽음 이후까지도 이어졌다”며 “앞으로 고종황제와 명성황후의 사랑, 마애관음보살좌상에 얽힌 이야기를 활용한 스토리텔링과 문화사업 등을 추진해 문화재와 불교문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도량을 가꿔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도암의 상징인 마애관음보살좌상

중생을 굽어 살피는 마애관음보살좌상과 같이 학도암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마음의 안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복지 사업에도 힘을 쏟으며 지역사회와 동행하고 있다. 불암산으로 향하는 등산로와 인접해 있어 주말이면 불자들을 비롯해 등산객들도 자주 찾고 있다.

종교가 다른 이들도 찾아와 휴식을 취하며 풍광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학도암 한편에는 야외 쉼터를 새롭게 조성했다. 지역 주민들과 등산객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고, 꼭 불자들이 아니더라도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사찰을 만들겠다는 주지 묘장스님의 원력에서다.

이를 위해 묘장스님은 사찰 한 편에 차와 커피를 마시고 잠시 땀을 식히며 쉬었다가 갈 수 있도록 쉼터이자 카페를 조성했다. 이곳에서 차와 커피를 판매한 수익금은 복지기금으로 조성해 학도암에서 지원하고 있는 서울 하계종합사회복지관을 통해 복지사업으로 회향하고 있다. 묘장스님이 학도암 주지를 맡게 되면서부터 서울 하계종합사회복지관의 운영지원사찰 역할도 함께 맡았기 때문이다.

묘장스님의 영향으로 학도암 신도들 역시 주인의식을 갖고 지역 복지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학도암 신도들은 최근 열린 하계종합사회복지관 온기나눔 바자회를 비롯해 복지관 주요 행사에 팔을 걷어붙이고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힘을 보태며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하계종합사회복지관을 통한 복지사업과 더불어 한편 신도교육을 통한 불자로서의 정체성 강화도 주지 묘장스님이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이다. 일 년에 한 번 부처님오신날 즈음해서 절에 오는 ‘무늬만 불자’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고 계율을 잘 지키는 ‘진정한 불자’들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주지 묘장스님은 “일반 사찰과 달리 암자는 암자가 갖고 있는 특색에 맞는 사찰 운영이 필요하다”는 기조에 맞춰 학도암을 운영하고 있다.

도심포교당이나 일반 사찰과 달리 주지 접견실을 시청각 자료들을 활용해 공부할 수 있는 작은 공부방으로 꾸민 것도 이 때문이다. 불교대학을 운영하기 어려운 암자의 현실을 고려한 대안이다. 규모는 작지만 교육 내용을 알차게 진행하고 있다. 신도들과 교감하고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시작한 강의지만 신도들의 호응이 높은 편이다.

불교 기초교리 강좌는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강의가 아니라 삼삼오오 스님과 차담을 나누며 소규모로 진행된다. 이 때문에 교육의 효과도 높고 자유롭게 질의응답도 이뤄지는 등 장점이 많다. 기초교리 강의와 함께 신도들에게 봉사활동 참여, 법회 참석도 독려하고 있다.

교육을 이수한 후에는 두 기수를 모아 함께 수계법회도 봉행하고 있다. 의례적으로 진행되는 수계법회가 아닌 철저하게 계율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하는 수계법회다.

불자들이 지켜야 할 계율도 △살생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음행하지 말라 △거짓말하지 말라 △음주하지 말라 등 오계에 △몸에 패물을 달거나 화장하지 말며 노래하고 춤추지 말라 △높고 넓은 큰 평상에 앉지 말라 △제때가 아니면 먹지 말라 등 3가지를 더한 팔관재계다. 계를 받은 불자들은 한 달에 6일은 철저하게 계를 지키며 경건하게 보내며 불자로서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매월 6일, 육재일(六齋日) 동안 철저하게 계를 지키는 것이 힘들 법도 하지만 계를 받은 신도들은 오히려 자긍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사찰 행사에 참여하는 불자들이 됐다. 지난 백중법회 기간 동안 신도들은 십시일반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종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백만원력 결집불사에 동참하기도 했다.

학도암 주지 묘장스님은 “기독교인들은 주일을 철저하게 챙긴다. 이슬람교인 역시 라마단 기간 동안 엄격하게 수행하는 반면 불자들은 의무와 책임이 자유로운 측면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매월 육재일을 철저하게 계를 지키고 치열하게 신행활동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며 “이는 계율이 삶의 중심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계율을 지키는 불자들이 많아진다면 주변 사람들 역시 ‘불자라면 저렇게 살아가는구나’라며 계율의 향기를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이 곧 불자들에게 자긍심을 갖게 하는 일이자 부처님 말씀을 실천하는 불자가 되는 길”이라고 밝혔다.
 

 

백중법회에서 백만원력 결집불사에 동참하는 모습

[불교신문3529호/2019년10월26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