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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 스님이 손수 피자가게? 아이들 행복 충전!”

소외된 이웃 위한 피자가게
직장인 불자 야간법회 개설
불교 인문학 접목한 순례와
공익템플스테이로 변신 꾀해

재무단 자향회 증심회 장학회
신도모임이 사찰 대소사 챙겨
카카오톡, 인스타, 페이스북 등
SNS 통한 쌍방향 소통 활발

 

광주 증심사는 시내 자비신행회에서 ‘중현스님의 행복한 피자가게’를 열고 매월 셋째 주 토요일마다 지역 청소년들을 초청해 무료로 피자를 대접한다. 사진은 주지 중현스님과 함께 피자를 준비하는 신도들의 모습.

전라도 광주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몇 있다. 무등산과 증심사이다. 빛고을 광주(光州)가 무량광 아미타 부처님이 상주하는 정토고을에서 유래됐고, 무등산은 ‘견주어 비할 바 없이 무등등(無等等)한 깨달음’, 즉 부처님을 뜻한다. 증심사는 빛고을 무등산의 주인격인 사찰이다.

철감국사가 860년에 창건했으니 증심사는 1200년을 이어온 무등산에서 가장 오래된 문패의 주인공 집이다. 예로부터 광주사람들은 어렵고 힘들 때면 증심사를 찾아 ‘희망’을 기원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언제나 두 팔 벌려 받아주는 안식처였다.

그래서 증심사는 부처님 도량을 넘어 광주를 대표하는 고유명사이기도 하다. 가끔 택시를 타고 ‘증심사’를 외치면 무등산 아래에 내려 주곤 한다. 증심사가 사찰이기보다 무등산과 함께하는 다른 지명이거나, 광주를 상징하는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빛고을의 영혼을 맑혀온 옹달샘, 증심사가 근래 들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소외된 이웃을 위한 피자가게를 열고, 직장인을 위한 ‘야간법회’를 개설했다. 불교와 지역문화를 함께 살펴보는 문화답사를 떠나는가 하면 지역민과 소통을 위한 공익템플스테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변화의 시작은 지난해 가을 중현스님이 주지 소임을 받으면서부터다. 중현스님은 먼저 증심사와 광주불교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역불교 현황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지역의 불교 활동가와 만나 광주와 지역불교의 흐름을 살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해 볼만 하다. 하자’였다.

지역 종교현황을 분석한 중현스님은 “광주를 비롯한 호남지역은 개신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현황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 여러 자료를 분석해보니 무교 61%-개신교 20%-불교 10%-가톨릭 9% 순이었다. 종교가 없는 이에 대한 포교전략을 세우고, 작은 것부터라도 빨리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2월이었다. 시내에 있는 자비신행회에서 피자가게를 열기로 했다. 명칭도 ‘중현스님의 행복한 피자가게’이다. 한 달간 피자 전문가를 초빙해 스님과 증심사 신도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피자 만드는 기술과 맛있게 굽는 레시피를 전수받았다.

그리고 3월부터 매월 셋째 주 토요일을 피자가게 여는 날로 정했다. 이날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소외된 아이들과 지역 청소년들을 초청해 피자를 제공한다.

중현스님의 행복한 피자가게는 피자와 음료수를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 그리고 피자 값은 전액 무료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부처님이 어떤 분이고, 증심사가 어디에 있다 등등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는다. 단지 피자 굽는 스님이 직접 피자를 굽고, 웃으며 나눠줄 뿐이다.

도리어 아이들이 증심사에 대해 궁금해 하고 이것저것 물어본다. 스님과 한 번도 대화를 나누지 못한 아이가 태반이다. 그동안 청소년 포교가 얼마나 허술한지 짐작케 한다.

증심사는 광주도심이면서 무등산에 자리한 산중사찰이다. 오후3시가 넘으면 신도들도 내려가고 고요해진다. 그러다보니 초하루, 초파일, 각종 재일법회 등 주로 음력에 신행활동을 펼친다. 현대 직장인과 젊은 층을 위한 법회가 시급했다.

3월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7시 수요야간법회를 열었다. 야간법회는 스님과 함께 108참회 정진으로 시작한다. 108배를 마치고 법당에서 잠시 좌선으로 마음을 가라앉힌 뒤 주지스님 방으로 옮겨 차담을 나눈다.

야간법회를 시작하면서 ‘저녁에 절에 오는 이가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기우였다. 처음에는 참가자가 5명도 안되었으나 요즘은 30여 명에 이른다. 무엇보다 젊은 직장인의 참여가 늘어 포교에 대한 용기와 의욕을 북돋아준다.

증심사가 펼치는 ‘길따라 절따라’도 새로운 포교전략 가운데 하나이다. 매달 셋째 주 화요일에 떠나는 ‘길따라 절따라’는 사찰을 순례하면서 사찰이 자리한 지역의 문화를 함께 살피는 문화답사이다. 기도중심의 성지순례에서 한발 나아가 사찰과 지역의 문화를 살피는 ‘길 위의 불교인문학’ 프로그램이다.

김해에서는 은하사를 참배하고 금관가야와 허황후 유적지를 찾았다. 통영에서는 용화사를 순례하고 동피랑에 올라 통영의 역사를 되돌아봤다. 오는 17일은 여주 신륵사를 참배하고 세종대왕 영릉을 찾아 왕릉 이야기를 살 필 예정이다.
 

 

잘 구워진 피자를 자르고 있는 중현스님.

‘길따라 절따라’는 불교 색을 최대한 줄여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없도록 하고 있다. 종교가 없거나 다른 가족, 이웃들이 스스럼없이 참여토록 하기 위해서이다. 종교가 없는 61%의 지역민을 대상으로 하는 작은 포교 전략의 하나이다.

무엇보다 증심사 변화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SNS를 활용한 포교이다. 그동안 발행하던 <월간 증심>지 발간을 중단하고 홈페이지(www.jeungsimsa.org)와 페이스북,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쌍방향 소통을 하고 있다. 핸드폰을 이용한 SNS포교는 증심사 관련 소식을 수시로 알리고 증심사 바로알기, 우리절 신도 등의 읽을거리를 카드뉴스로 편집해 제공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SNS를 통한 ‘증심사와 친구 맺기’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2002년부터 지역문화를 선도해온 증심사 템플스테이와 ‘풍경소리 음악회’도 지역민이 스스로 증심사를 찾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증심사는 지역의 시민단체, 복지기관 및 시설, 아동, 청소년, 어르신관련 기관들과 협약을 맺었다. 공익형 템플스테이 참가를 희망하는 이들 단체들을 대상으로 년 20회 템플스테이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같은 증심사의 새로운 변화는 신심 깊은 신도들이 있기에 더욱 힘을 받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소실된 증심사는 맨바닥에서 다시 시작했다. 중창불사를 하면서 신도들이 결집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 대대적인 신도교육이 펼쳐졌다. 전통적인 신행에 기본교육을 갖추면서 오늘의 증심사 토대가 되었다.

증심사 운영은 대부분 신도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다. 종무소를 지원하는 재무단을 비롯해 차봉사 자향회, 후원봉사 증심회, 장학금 후원하는 대원장학회 등 사찰의 작은 일부터 주요행사까지 봉사자들이 스스로 찾아서 해낸다. 특히 재무단은 기도접수뿐 아니라 불전함을 관리해 사찰재정의 투명성까지 보여주고 있다.

광주 증심사가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다. 그 움직임의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시작이 반이라 했다. ‘충분히 생각했으면 해보자’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인 듯하다. 배운 만큼 실천하는 보살행이 광주 증심사에서 펼쳐지고 있다.


[불교신문3517호/2019년9월7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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