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개원 후 70여 년간
선수행 특화 프로그램 운영
마음 치유 효과 톡톡 보며
제주 관광 산업으로도 각광
좌선 와선 요가, 명소 걷기 등
시계 없이 ‘무시간’ 법 운영도
10대 청소년부터 일반인까지
삼매체험 특화 프로그램 인기
제주국제공항에 내려 도심 속 우뚝 선 별도봉을 찾아 오르다보면 화북천 우측으로 작은 선원 하나가 나온다. 1952년 선수행 불모지 제주에 뿌리 내리기 시작해 70여 년 가까이 참선 도량으로 자리매김해 온 원명선원이다. 그간 조계종 정통 수행법인 간화선 뿌리 조사선 수행을 전면에 내세우며 참선 대중화에 앞장서 온 수행처로 각광받아 왔지만 근래 들어서는 마음 치유를 위해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관광 도시 제주의 또 다른 힐링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원명선원이 선 수행 명소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건 대효스님이 주지 소임을 맡으면서부터다. 불국사 등 제방 선원에서 수행 정진하던 대효스님이 원명선원과 인연을 맺게 된 건 1976년, “건강이 좋지 않아 따뜻한 곳을 찾다 우연히 연이 닿았다”는 대효스님은 당시 기복적 성격이 강한 제주 불자들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 복을 찾을 수 있는 수행의 기쁨을 알려 줘야겠다” 생각했다고.
조계종 전 종정 서암스님을 초청, 출재가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해 법문을 들을 수 있는 무차선 대회를 개최하며 원명선원은 일반 사찰이 아닌 대중 수행 명소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선수행 불모지나 다름없던 제주 무차선 대회에 당시 하루 3000명 인파가 몰리는 것을 본 대효스님은 “법문을 듣기 위해 포장도 되지 않은 진흙탕 길을 건너오는 사람들을 보며 제주에서 참선 대중화의 가능성을 봤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원명선원은 이때부터 출재가를 막론, 수행 프로그램 개발과 체계적 운영에 나선다. 무차선 대회 다음해인 1977년에는 출가자를 위한 선방을 개원하는 한편 오직 일반인을 위한 참선 수행 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한다. 학생과 대학 교수 등 일반인 참가자를 15명으로 제한해 수행에 온전히 집중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초보자도 수행이 가능토록 쉬운 말로 법문하며 ‘누구나 깨달을 수 있다’는 조사선 가르침에 입각한 실험적 시도를 밟아간다.
사찰을 찾기 힘든 이들을 위해 찾아가는 법문도 시작한다. 제주 청소년선도위원으로 활동하던 1978년에는 ‘무소유’ 법정스님을 모시고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찾아다니며 참선 지도에 나섰다. 학업 스트레스로 고통 받는 학생들이 참선 지도 후 집중력 향상은 물론 감정 조절 능력을 비롯해 이성적 사고를 되찾고 마음 수련 효과를 봤다는 후기가 이어지자 교육 현장 곳곳에서 강연 요청이 잇달았다. 이 때의 프로그램이 현재 원명선원 대표 프로그램인 청소년 선수련, 고땡 캠프, 삼매체험 참선?단식 수련회 시발점이 됐다.
지난 40여 년 간 수많은 시도를 거치며 체계적으로 자리잡은 원명선원 수행 프로그램은 다른 사찰이나 단체와 다르다. “중학교 2학년 이상이면 누구나 참선 삼매에 빠질 수 있다”는 스님 말마따나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법문, 오로지 참선에만 집중할 수 있는 ‘무시간용 수행법’ 등 자체 개발 프로그램이 그것.
참가자들은 시간에 맞춰 예불을 올리고 명상에 드는 여타 템플스테이나 힐링 프로그램과 달리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목탁소리, 죽비소리에만 의존한 채 2박3일, 4박5일을 난다. ‘조사선을 깊이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깨칠 수 있다’는 기치에 따라 좌선, 와선, 행선 등 다양한 형태의 참선에 참여하며 요가를 배우고 제주 명소를 걸으며 내면과 외면을 동시에 들여다보는 특화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2013년 시작해 5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고땡캠프는 이 같은 원명선원 수행 프로그램 특징을 가잘 잘 살린 프로그램. 올해까지 총 20회 이상 꾸준히 운영돼 온 고땡캠프는 참가자 수만 총 1000여 명 이상. 매회 40~50명 인원 제한을 두고 있지만 회마다 신청자 수를 넘을 정도로 열기도 뜨겁다. 고등학생인 10대 청소년부터 20대 청년, 30대 직장인과 주부, 40~50대 중장년층까지 연령 직업도 다양한데 학업 스트레스, 취업난, 부부 갈등, 부모 자식 간 다툼 등 일상 속 다양한 고민을 적용해볼 수 있는 대중 법문, 선수행을 통한 자기 성찰의 시간, 울력 등을 통한 대중생활에서 느끼는 이타심 발현 과정 등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시대가 변하면 불교도 변해야 한다’, ‘지금 당장 눈앞의 고통을 어찌할 수 없는 사람에게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해선 안된다’, ‘자신을 바로 보는 것에서 고통의 근원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주장하는 대효스님 가르침에 감화돼 최근에는 ‘마음치유’를 위해 선원을 찾는 발걸음도 늘고 있다. 고땡 캠프를 비롯해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깨닫는 조사선 수행’도 그중 하나.
대효스님은 원명선원 프로그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모든 문제의 핵심은 마음에 있다. 돈이 있다거나 없다거나 물질을 가졌다거나 갖지 못했다거나 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고통들은 어떤 조건이 아닌 그런 상황을 대하는 마음가짐에서 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마음을 어떻게 갖는가에 따라 자신과 현실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지고 태도가 달라지면 삶이 달라진다. 원명선원 프로그램은 그 마음가짐을 바꾸는 지혜를 안내하는 수행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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