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봉국사(奉國寺)는 오랜 역사와 높은 가치를 자랑하는 천년고찰이다. 1028년(고려 현종19)에 창건돼 잠시 폐사됐다가 1395년(조선 태조 4)에 다시 중수됐다. ‘봉국’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때는 1674년(조선 현종 15)이다. 현종의 두 딸인 명혜·명선공주가 요절하자 두 공주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기 위해 왕명으로 중창불사한 뒤 ‘봉국사’라 명명했으며, 조선시대 원찰을 담당했다.
딸을 향한 지극한 아버지의 마음이 담겨있는 이 곳은 경기도 전통사찰 제6호로 등록돼 있는 만큼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곳곳마다 문화재도 품었다. 절 입구에 들어선 뒤 가장 먼저 반갑게 맞이하는 대광명전은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01호, 대광명전의 주존불인 목조아미타여래좌상과 후불탱화인 아미타불회도는 각각 경기도 유형문화재 309호와 310호로 지정됐다. 빽빽한 아파트 숲 사이에서 기풍 있는 멋을 뽐내고 있는 봉국사를 지난 7월20일에 찾아갔다.
불교대학 졸업 뒤 포교사 돼
봉국사 이끄는 든든한 버팀목
불자 스스로 반성할 기회 주는
‘참회법회’는 신도들에게 ‘인기’
지역내 복지관 운영하며 ‘나눔’
선문화 체험관 올 10월 개원
다양한 신행·포교 활동으로
사찰 위상 확대 ‘기대’
봉국사는 성남지역을 대표하는 사찰로 ‘이름값’은 했지만, 현 주지 혜일스님이 부임한 이후 신도와 불자 일반시민들이 함께하는 활기찬 도량으로의 변화가 이뤄졌다. 봉국사의 미래는 신도들과 일반 불자들이 중심이 돼 활동을 펼칠 때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주지 혜일스님의 생각이 반영됐다.
그래서 스님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신도들과 불자들을 위한 ‘불교대학 개원’과 ‘포교사 양성’이었다. 매년 40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부처님의 생애’ ‘불교사의 이해’ ‘불교문화’ 등을 수강한다. 깊이 있는 부처님 가르침을 원하는 신도들을 위해 경전반도 운영한다. 혜일스님도 불교대학 1학기 강의는 바쁜 시간을 쪼개 본인이 직접 강의를 맡아서 할 만큼 정성을 쏟는다.
이렇게 2년 과정을 마치고 불교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조계종 포교사가 돼 봉국사를 지탱하는 든든한 일꾼으로 자리 잡게 된다. 사찰 활성화를 위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현재 봉국사 1기 불교대학 졸업생 중 종단 정식 포교사가 된 7명은 1주일에 한명씩 돌아가며 절을 찾는 일반 불자와 시민들을 입구에서부터 미소로 맞이하고 있다.
사찰 내 문화재 설명부터 절하는 법, 법당 예절 등을 알려주고 있다.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하는 신행상담도 맡고 있다. 봉국사를 찾은 사람들은 절 입구에서부터 대접받는 느낌을 받으니 자연스럽게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같이 선순환 구조를 만든 혜일스님은 포교사들을 위한 전용공간까지 만들어주며 독려하고 있다. 또한 불교대학 졸업생 중 포교사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해 봉국사를 이끄는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스님은 “우리 불교가 이웃 종교처럼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포교를 하지 않더라도 절에 찾아오는 사람이 다시금 발길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며 “포교사들이 봉국사 이미지를 상승시키는데 큰 역할을 맡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이뿐만 아니라 혜일스님은 주지 부임 이후 거사림회, 합창단 등 신도조직 확충과 함께 최근 절에서 운영하기 어렵다는 어린이법회도 개설했다. 봉국사 마당과 인근 영장근린공원에서 ‘숲에서 놀자’라는 주제로 열리는 어린이법회엔 20여 명의 학생들이 참석해 절에서 맘껏 뛰놀며 불심을 증장시키고 있다.
봉국사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15년 개원한 수내동 어린이집과 지난해 문을 연 태평1동 복지회관 등을 직접 운영하며 지역의 한 일원으로 지역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아울러 봉국사 역사를 바탕으로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축제인 ‘효사랑 문화잔치’도 눈길을 끈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등진 현종의 두 딸 명혜·명선공주의 넋과 병자호란 임진왜란 등 나라를 구하기 위해 앞장섰던 영령들을 위로하기 위한 위령천도재도 이날 함께 봉행한다. 어느덧 올해 4회째를 맞는 효사랑 문화잔치는 어린이 사생대회, 산사음악회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가득한 지역축제로 자리매김 중이다.
불자들의 신심을 증진시키는 수행도량의 모습도 갖췄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신묘장구대다라니 108독송 정진기도를 연다. 이와 함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초하루 법회 때 열리는 ‘참회의 시간’이다. 초하루 법회 때 참석한 신도들은 본인이 직접 쓴 참회문을 법당에 비치된 통 안에 넣고 법회가 끝나면 다 같이 참회진언을 외우며 법당 앞마당에서 소전의식을 행한다.
누가 시키지 않고 불자들이 자발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부처님이 하셨던 ‘포살과 자자’의식을 빼닮았다. 부처님이 증명하는 앞에서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다신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니, 신도들의 마음가짐의 변화가 크고 얻어가는 게 많다는 전언이다. 혜일스님은 “봉국사에 오자마자 ‘참회 법회’를 시작했는데 내적 평안함을 갖게 됐으며 가정과 사회에서도 변화가 느껴진다는 신도들이 많다”고 평가했다.
단순하게 절에 와서 기도를 하는 것도 의의가 있겠지만 다양한 신행·포교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연 1만명 이상의 불자를 비롯한 일반시민이 이곳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봉국사는 또 다른 준비에 여념이 없다. 대형불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현대 급변하는 사회에 스트레스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선(禪)문화 체험관을 짓고 있다. 선에 대한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며 불교의 참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혜일스님의 구상이다. 지하 300평 규모의 체험관은 600명이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대형법회도 열 수 있다. 올해 10월 불사가 완료된다면 여법한 도량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내실과 외실이 튼튼한 봉국사의 미래가 더 밝은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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