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숭림사 ‘청소년 템플스테이’템플스테이 현장을 가다 |
▲ 무더운 여름, 청소년들이 익산 숭림사에 모여 참선을 한다. 지도법사의 안내에 따라 가부좌를 튼 청소년들은 풀벌레소리에 귀기울이며 자신을 들여다보는 참선실수에 진지하게 임했다.
성당 다니다 사찰서 첫 하룻밤…
예불 참선 발우공양 “리셋된 기분~”
절집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가장 곤혹스러운 일은 발우공양이었다. 숭림사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학생들도 마찬가지. 발우에 밥을 담고, 반찬을 담고, 말 한마디 못하고 식사를 해야 한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음식이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공덕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집에서 왜 반찬투정을 했는지 돌아보았다. 하지만 어려움은 그때부터였다. 음식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를 깜빡했나 보다. 깨끗하게 발우를 비웠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 남긴 고춧가루가 발견되었다. 전체가 퇴수(退水)를 골고루 나눠 마셔야 하는 ‘벌칙’을 받아야 했다. 난감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참아야 했다.
“지심귀명례~” 예불을 모시는 지광스님의 목소리가 가슴으로 다가왔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한 ‘즐거운 착각’에 빠졌고, 왠지 모르는 숙연함에 속세에서 묻혀온 티끌과 번뇌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스님의 목탁소리에 맞춰 부처님께 절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본 지광스님은 “참으로 기특하다”면서 “부처님께 절하는 것은 여러분 스스로 뿐 아니라 누구나 존귀한 존재라는 의미를 알게 한다”고 격려했다. 자광스님은 “이웃종교 의식에 거부감을 갖지 않고 동참하는 모습에서 포용하는 마음과 배려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익산 숭림사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불교수행법과 불교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고찰(古刹)에서의 생활이 조금은 익숙해져 갔다. 공양과 예불을 마치고 잠시 숨을 돌린 후에 참선 실습에 들어갔다. 지도법사의 안내에 따라 경내에 있는 전통불교문화원 대중방에서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전통불교문화원은 숭림사가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신축한 건물이다. 오후8시.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에 진행되는 참선 실습. 모두 입은 다물고 마음은 열기 위해 자신과 싸워야 했다. 풀벌레 소리만이 정적을 깼다. 스님들처럼 치열하게 화두를 들고 깨달음을 성취하기 위해 각고의 정진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법 수행자답다. 10여분이나 흘렀을까. 몸은 비비 꼬이고, 머릿속 생각은 10만8천리를 달아나지만 그래도 ‘인내’는 배웠으니 소득이 아주 없는 것만은 아니다. 천주교 전주교구 함열성당 16명 중고등생 템플스테이 울창한 숲 청량한 계곡물 학업 스트레스 확~ 날려 참선을 마치고 주지 지광스님과의 차담시간이 이어졌다. 이번 템플스테이에 참석한 청소년 대부분이 천주교 신자이기 때문에 여느 차담 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지광스님은 “부처님이나 예수님이나 역대 모든 성인들은 나보다는 남을 위해 살았던 분들”이라면서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지니는 것이 종교인의 바른 자세”라고 강조했다. 녹차 한잔을 앞에 놓고 야심(夜深)한 산사에서 진행된 스님과 천주교 신자들과의 대화는 다종교 한국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작지만 컸다. 1박2일의 짧은 체험이었지만, 얻은 것이 훨씬 많다는 천주교 청소년들의 얼굴에는 생전 처음 체험한 불교문화에 대한 반가움이 가득했다. 중앙종회 의원을 역임한 지광스님은 1980년대 중반 폐사 위기에 놓인 익산 숭림사로 주지로 부임한 이후 사격(寺格)을 일신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지난 4월에는 10여 년간 38억2000여만 원을 들여 진행된 5차 불사를 회향했다. 올해 템플스테이 사찰로 지정된 숭림사는 전국 어디에서 누구든지 찾아오는 도량으로 변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함라산 둘레길 걷기, 곰나루 나루터 탐방도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포함하는 등 자연과 문화와 호흡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말에는 해넘이.해맞이 템플스테이를 계획하고 있다. 익산=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불교신문 2646호 /8월11일자] |
'이런저런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백문백답/ 부처님은 이적(異蹟)을 행했나요 (0) | 2010.09.07 |
|---|---|
| 불교설화/ 원주 구룡사 거북바위와 아홉 마리 용 (0) | 2010.09.02 |
| 백문백답/ 깨달음이 언어도단이면 경전은 왜 있나 (0) | 2010.08.31 |
| 불교설화/ 평창 월정사와 전나무숲 (0) | 2010.08.26 |
| 템플스테이/ 용주사·삼화사 템플스테이 (0) | 2010.08.25 |

어둠이 멀리서 찾아오고 있었다. 전북 서부지역인 군산과 익산에서는 유일하게 보물로 지정된 목조건물인 보광전(普光殿)에서 저녁예불을 올리는 시간이 됐다. 고려 충목왕 1년(1345)에 창건된 숭림사의 중심 전각인 보광전은 17세기 이전에 지어진 전각이다. 700년이 넘은 사찰에서 드리는 예불은 남다른 경험이었다.
숭림사 주지 지광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