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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송광사

보조국사 지눌스님을 비롯하여 16명의 국사가 이곳에서 배출됐다. 조계산 연산봉이 병풍처럼 송광사를 둘러싸고 있다.

1182년 보조국사 지눌스님은 뜻을 같이하는 스님 10여명과 함께 고려불교를 정법불교로 바로잡기 위해 정혜결사를 서약한다. 1190년 팔공산 거조사에 다시 모여 정혜결사문을 반포하고 결사운동에 들어간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위해 넓은 장소를 물색하던 중 전남 순천에 산세가 웅장하고 토지가 비옥하며 맑은 물이 흐르는 최적지를 찾았다. 보조국사는 1200년부터 길상사(吉祥寺)에서 본격적인 결사운동에 들어갔다. 길상사가 바로 승보사찰 송광사(松廣寺)의 옛 이름이다.

송광사는 1197년(명종 27) 중창불사에 착수, 9년 만에 전각 80여 칸을 갖춘 대가람을 조성한다. 이후 보조국사 진각국사 등 총 16명의 국사가 배출되면서 한국불교의 전통을 면면히 계승하여 오늘날 한국불교를 지켜온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지난 6월29일 송광사를 찾았다. 오전 흐릿했던 날씨는 오후 들면서 맑게 개었다.

한 여름의 강렬한 태양빛이 경내를 비치고 있다.

‘대승선종 조계산 송광사’라는 편액이 일주문에 걸려있다. 일주문을 지나면 척주당과 세월각이 나온다. 사방 1칸씩 자그마한 맞배지붕 건물로 다른 곳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독특하다. 사자(死者)의 영가(靈駕)가 지닌 때를 닦는 곳이다.

영가도 속세의 때를 씻고 부처님 곁으로 다가가는데….

맑은 계곡물을 쳐다보며 속세의 때가 씻겨나가길 바라며 능허교라고 불리기도 하는 우화루를 지나 계곡을 건너간다. 우화루를 건너면 부처님 도량을 외호하는 사천왕들이 버티고 있다. 현재 천왕문을 보수 중으로 천왕문 옆에 사진으로만 사천왕들의 근엄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맑은 냇물에 마음을 씻는다. 부처님께 다가가기 위해 우화루를 건넌다. (사진 왼쪽) 관음전 안에 모셔진 목조관음보살상이 지난 6월30일 보물로 지정예고 됐다.

범종과 법고가 있는 종고루 아래 계단을 올라서면 송광사 가람배치의 중심인 웅장한 대웅보전이 정면으로 모습을 보인다. 대웅보전에 참배 후 관음전을 찾았다.

대웅보전 왼쪽 뒤편 보조국사 부도와 사리탑으로 향하는 길에 관음전이 있다.

1903년 성수전으로 세워졌으나 1955년에 관음전으로 바뀌었다. 관음전 안에는 1662년 궁중나인이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 갔다 돌아온 얼마 후 세상을 떠난 소현세자의 아들 경안군 내외의 장수를 기원하며 조성한 ‘송광사 목조관음보살상’이 봉안되어 있다. 이 보살상은 17세기 중엽을 대표하는 조각승인 혜희스님과 금문스님이 조각했다고 전한다. 조선 후기 불상 양식의 특징인 대중적인 깔끔한 미의식이 반영되어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 절을 찾은 바로 다음 날인 지난 6월30일자로 문화재청은 이 보살상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관음보살님께 인사를 올리고 보조국사 지눌스님의 사리탑으로 향한다. 스님은 고려시대 불교가 정치세력과 지나치게 밀착함으로써 야기된 폐단과 선종과 교종 간의 극단적인 대립을 비판하며 불교개혁을 추진했다. 그중에서도 침체된 선을 부흥시키면서 불교계를 개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스님은 이곳에서 11년간 주석하며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며 생애의 절정을 보냈다.

송광사 전경을 보기 위해 다시 절을 빠져 나온다. 등산로를 따라 산을 오른다. 해발 887m의 조계산 연산봉이 병풍처럼 절을 에워싸고 있다. 강렬한 여름 햇살에 지붕이 반짝거린다. 조계산 산세를 따라 16명의 국사들의 법향이 세상으로 흘러나가는 듯하다.

송광사=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 2639호/ 7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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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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