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리암전 삼층석탑에서 탑돌이를 하는 불자 뒤편으로, 바다를 굽어보고 사바세계의 중생들을 제도하는 보리암 해수관음보살이 보인다.
‘한려수도의 보석’은 중생 살피는 해수관음
관세음보살이 상주하는 보타산 낙가사. 그 곳을 형상화하면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성지가 있다. ‘한려수도의 보석’으로 불리는 해발 681m 남해 금산 보리암이다. 속초 낙산사, 강화 보리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기도처로 유명하다.
지난 7월16일 밤 폭우가 남부지방을 휩쓸고 지나갔다. 다행히 다음 날 비가 그쳐 보리암을 향해 금산을 올랐다. 금산에 오르니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푸른 바다와 섬들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기기묘묘한 풍경과 기암절벽에 위치한 아름다운 보리암을 금산 상사바위에서 앉아 관망할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산을 어느 정도 오르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산 중턱에 이르자, 갑자기 짙은 안개가 몰려왔다.
희뿌연 안개 속에도 등산을 하기 위해 등산복을 차려입은 등산객들과 관광객들, 그리고 기도를 하기 위해 찾아온 불자 등 적잖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금산은 해발높이가 그리 높지 않지만 아름다운 비경이 무려 서른여덟 곳이나 된다고 한다.

남해를 내려다보며 서 있는 해수관음상.
금산 8부 능선에 위치한 제 2주차장에서 800여m 올라가면 마침내 보리암이다. 보리암은 원효스님이 683년 이곳에서 초당을 짓고 수행하면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후 산 이름을 보광산이라 붙였고 주석했던 초당을 보광사라고 했다. 훗날 이성계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하고 조선왕조를 열었다는데, 그 감사의 뜻으로 1660년 현종이 이 절을 왕실의 원당으로 삼고 산 이름을 금산, 절 이름을 보리암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사찰에 당도할 무렵 안개 속에서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기도소리가 울린다. 절에 도착하자 단체로 온 불자들이 계단 아래로 부지런히 내려가고 있었다. ‘관세음보살상 계신 곳으로 가는 길’이라는 생각에 무심코 뒤따라갔다. 놀랍게도 도착한 곳은 이성계가 기도를 했다고 전하는 곳이다. 성인 한 사람이 겨우 서 있을 만한 작은 동굴이다. “그토록 험하다는 설악산 봉정암에 올라도 아무 곳에서 기도한다고 다 들어주는 게 아니래, 기도를 들어주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고 하더라구. 보리암에선 여기서 기도하면 좋다고 하던데….” 일행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다.

안개 속에서도 보리암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까지 힘들게 내려온 사람들을 위한 얘기려니 생각하고 지나치려다가, 일행이 떠난 후 동굴에 들어가 조용히 혼자 기도를 했다. 다시 보리암으로 돌아와 보광전에 들어서니 법당 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관세음보살 정근을 하고 있었다. 이곳 기도소리가 도량을 가득 채우면서 금산을 울리고 있었다.
참배 후 종각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유명한 해수관음상이 남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경남 유형문화재인 보리암전 삼층석탑도 자리하고 있다. 안개 속에 흐릿하게 관세음보살이 모습을 나타낸다. 마치 꿈속에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하는 것처럼 신비로웠고 환희심이 샘솟았다. 두 손을 모으고 인사를 올린다. 그러자 바다를 굽어보고 사바세계의 중생들을 제도하고 있는 보리암 해수관음보살님이 살짝 다정한 미소를 짓는 것만 같았다.
두 손을 모으고 한걸음 한걸음 석탑을 돈다. 남해바다 뿌연 안개 속 기도소리가 바다로 다시 흘러가는 것 같았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남해=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 2645호/ 8월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