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영화나 책 등에서 파계에 대한 벌을 받게 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불교에서도 계율을 어기면 부처님의 노여움을 사게 되어 벌을 받게 되는 것인지요?
인과의 원리에 따른 사전 충고
어기면 반드시 괴로움 과보 받아
답: 부처님은 자비의 눈으로 사람들을 보셨으며 항상 바른 길로 인도하려고 하셨지요. 그리고 잘못된 길을 계속 가게 되면 그 결과로 괴로운 일이 일어날 것임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 모든 것은 부처님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마음에는 안타까움이 있을지언정 미움이 있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노여움으로 벌을 내린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계는 가장 현명하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조언이며 권고입니다. 즉 원인제공과 그로 인한 결과에 대해서 이미 밝은 지혜로 아신 부처님께서,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고통 없는 삶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말씀해 주신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입니다. 고통이 없는 삶을 바란다면 당연히 고통이 생길 수 있는 일들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요.
계율은 엄격히 말하면 ‘계(戒)’와 ‘율(律)’로 나누어집니다. 계는 개인적인 인과의 성격이 강해서, 미리 충고하여 경계심을 가져 주의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래의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개선시키고 상승시킴으로써 행복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지요. 물론 완전히 혼자만의 삶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타인이나 다른 생명체 또는 환경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는 합니다.
반면에 율은 단체생활의 질서와 연관된 성격이 강합니다. 율을 어기게 되면 곧바로 전체에 좋지 못한 미치게 되므로 강제적인 징계가 따릅니다. 이것은 상호간에 서로 방해되지 않는 방향으로 인도하여 수행환경을 좋게 하는 예방책인 동시에 교단의 질서를 지키려는 노력인 것이지요.
예컨대 출가한 스님이 수행생활을 포기하고 일반인의 세계로 돌아간다면 이는 엄연히 미래에 대한 개인적 선택이 됩니다. 이 경우 미래의 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은 본인이 책임을 지고 해결해나가면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산속에서 오래 살았다면 현실감이 떨어져 여러 가지로 시행착오를 일으킬 수가 있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본인이 판단을 잘못한 결과이지 출가생활 포기로 인한 부처님의 벌은 아닙니다. 만약 출가생활을 계속하는 수행자가 깊은 산에 혼자 살면서 부처님의 충고를 계속 어기는 생활을 한다면, 이는 다른 사람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외형상으로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듯이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잘못된 생활을 하면 큰 고통이 올 것이라는 부처님의 충고를 어겼기 때문에 언젠가는 반드시 그 결과로 나타나는 괴로움을 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반면에 여러 수행자와 더불어 사는 입장에서 계속 대중의 화합을 깨트리는 행위를 한다거나 교단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경우라면, 이 사람의 언행이 곧바로 큰 분란을 일으키게 되므로 규제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그러므로 전체적인 회의를 거쳐 공개적으로 잘못을 참회하게 하고, 그래도 계속될 경우에는 더욱 강한 징계를 받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경우도 부처님의 노여움을 사서 벌을 받는 차원이 아니라, 더 많은 수행자를 위한 교단의 방편인 것입니다. 재가불자의 경우에도 계율을 위와 같은 이치로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개인적인 인과를 개선시키는 것과 타인과의 관계성을 개선시키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입니다. 계율은 연기법의 원리에 의한 방편입니다. 그 원리를 따르는 것이 자기발전과 사회조화를 이뤄 행복해지는 지름길이 되는 것이지요.
송강스님 / 개화사 주지
[불교신문 2505호/ 3월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