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중앙 수미단에 각종 문양 새겨
비천상 등으로 주변 화려하게 장엄
격을 높여 ‘대웅보전’이라 부르기도
대웅전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봉안한 건물로 우리나라 사찰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불전이다. 전각 이름을 대웅전이라 한 것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큰 힘을 가지고 사마(四魔), 즉 번뇌마(煩惱魔), 음마(陰魔), 사마(死魔), 타화자재천자마(他化自在天子魔)를 항복 받기 때문이다. 때로 ‘보(寶)’자를 추가하여 대웅보전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것은 대웅전의 위상과 격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다.
◀마곡사 대웅보전(보물 제801호). 중층(重層) 건물로 우리나라 건축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대웅전에는 석가여래를 모시는 것이 원칙이며, 석가여래를 본존으로 삼아 본존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봉안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런데 대웅보전이라 불리는 전각에는 주불로 석가모니불을 모시고, 좌우에 약사여래와 아미타불을 모시기도 하며, 각 여래상의 좌우에 제각기 협시보살을 봉안하기도 한다. 또한 사찰에 따라서는 대웅전에 과거.현재.미래를 상징하는 삼세불(三世佛)을 모시는 경우도 있고, 법신.보신.화신으로 성명되는 삼신불(三身佛)을 봉안하는 경우도 있다.
삼세불의 경우 석가모니불을 주존으로 하고 그 좌우에 미륵보살과 갈라보살을 모시기도 하는데, 이 두 보살을 모시는 것은 갈라보살은 정광여래로서 과거불이고, 미륵보살은 미래에 성불하여 미륵불이 될 미래불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화순 쌍봉사 대웅전에서 보듯이 그 좌우에 석존의 제자인 가섭과 아난의 상을 봉안해 놓는 경우도 있다.
삼신불(三身佛)을 대웅전에 모시는 경우도 있는데, 삼신불은 법신.보신.화신으로 구별된다. 일반적으로 법신은 비로자나불, 보신은 아미타불과 약사여래, 화신은 석가모니불을 지칭하지만, 우리나라 사찰에서는 선종(禪宗)의 삼신설을 따라 비로자나불.노사나불.석가모니불을 삼신불로 봉안하는 경우가 흔하다.
대웅전은 부처님을 모시는 주불전인 만큼 건물 내외를 아름답고 엄숙하게 장엄한다. 건물 안쪽 중심에 불상을 봉안하기 위해 수미단(불단)을 설치하는데, 수미단은 불교 세계관의 중심에 있는 수미산을 상징한다. 수미단에는 화려한 색채와 기이한 형태의 동식물 문양이 새겨지며, 주변 공간에는 천의를 날리는 비천의 환상적인 모습이 그림이나 조각 행태로 장식된다. 본존불 머리 위쪽 천장에는 공예품 같은 닫집이 걸리고, 여의주를 입에 문 용과 극락조 등이 설치된다.
천장은 정(井)자 형으로 구획하여 각 구획마다 보상화문과 연화문 등을 그리거나 조각하여 장식하는데, 그것은 석가여래 설법 때에 나타난 우화(雨花)의 상서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후불탱화로는 주로 영산회상도가 봉안되며, 이것은 석가여래가 영축산에서 제자들을 모아 설법하는 정경을 묘사한 불화이다. 삼신불 또는 삼세불이 봉안될 경우에는 연산회상도가 아닌 삼(三)여래탱화로써 장엄한다. 대웅전 안에는 이밖에도 신중을 모시는 신중단과 영가를 모시는 영단이 되는데, 보통 신중단은 신중탱화와 함께 왼쪽에, 영단은 감로탱화와 함께 오른쪽에 조성된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사찰의 건물 중 연대가 가장 올라가는 건물은 안동 봉정사 극락전과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이지만 대웅전 건물 중에서는 예산 수덕사 대웅전(국보 제49호)이 가장 오래된 건물로 꼽힌다. 수덕사 대웅전은 일제강점기인 1937년에 건물을 해제 수리할 때 발견된 묵서명(墨書銘)에 의해 1308년(충렬왕 34)에 지어진 것이 확인된 바가 있다.
수덕사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4칸의 주심포계 맞배지붕 건물이다. 불전 내부 중앙에 육각과 장방형의 대좌형 수미단 세 개가 마련되어 있는데, 중앙의 수미단 위의 석가여래를 중심으로 왼쪽에 약사여래, 오른쪽에 아미타여래가 봉안되어 있다. 과거에는 이 건물 내부의 입구 좌우에 고려 말기에 제작된 보살상, 사천왕상 등의 벽화가 있었으나, 지금은 벽화 보존각으로 옮겨져 보존되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만 해도 내부에는 주악공양비천도, 수초, 들꽃, 신선을 그린 그림, 용그림 등이 가득했다고 하나, 지금은 금룡도만이 서까래에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 공포벽에도 나한도.소불삼례도(小佛三禮圖).극락조도 등이 그려져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빈 벽만이 우리의 눈을 허전케 해줄 뿐이다.
▲ 수덕사 대웅전(국보 제49호). 대웅전으로서는 현존 최고(最古)의 건물이다.
수덕사 대웅전은 한국 고건축의 아름다움을 대표할 만큼 아름답다. 부재가 다 큼직하고 굵기 때문에 안정감이 있고, 건물 옆을 보면 고졸한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약한 배흘림을 가진 기둥을 연결하는 경쾌한 인방, 고주와 평주를 잇는 퇴보, 고주 사이를 맞잡는 대들보 등의 직선 부재와 이들을 받치는 다분히 장식적인 포대공도 일품이다. 그리고 곡률이 큰 우미량들이 이루는 조화와 이들이 흰 벽을 구획하는 구도는 도저히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세련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현존 대웅전 건물 중에서 우리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양산 통도사 대웅전이다. 금강계단과 함께 국보 제290호로 지정되어 있는 이 건물은 통도사의 중심 법당으로 정면 3칸, 측면 5칸의 겹처마 팔작 지붕형태로 되어 있다. 이 건물에는 보통의 대웅전 경우와 달리 건물과 달리 사방을 돌아가며 각각 다른 이름의 현판이 걸려 있는데, 현판 내용을 살펴보면 동쪽에는 적멸보궁, 서쪽에는 대웅전, 남쪽에는 금강계단이라고 쓰여 있다. 적멸보궁이라 함은 석가여래가 〈화엄경〉을 설한 중인도 마가다국 가야성 남쪽에 있는 보리수 하 적멸도량(寂滅道場)을 의미한다. 통도사에는 금강계단에 부처님 진신 사리를 봉안하고 있기 때문에 대웅전은 불상 봉안처가 아닌 배전(拜殿)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한 사찰의 경내에 두 개의 대웅전이 존재하고 있는 특이한 예도 있다. 청양 장곡사의 상대웅전(보물 제162호)과 하대웅전(보물 제181호)이 그것이다. 현재 상대웅전에는 비로자나불과 약사여래가 봉안되어 있고, 하대웅전에는 약사여래가 봉안되어 있다. 상대웅전의 경우 불전 이름이 대웅전임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두 불상 외에 석가여래상이 하나 더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대웅전에 석가여래가 아닌 약사여래가 봉안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다.
강화 정수사 법당과 부안 내소사 대웅전은 문살 장식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정수사법당 정면 네 개의 문에 장식된 문양은 꽃병에 꽃이 꽂혀 있는 형식의 단독문양 형태로서 일반 사찰의 사방연속 형태의 문살 장식문양과 대조된다. 얼마 전 법당 문을 새로 단장하면서 분위기를 망쳐 놓았지만 종전까지만 해도 애잔하고 순정적인 색감은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했었다. 문양은 법당 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법당 안에도 베풀어져 있다. 천장 모서리의 좁다란 나무에 모란꽃과 잎, 그리고 이름 모를 꽃들이 일렬로 조각되어 있는데, 문양의 전개 방식과 조각 솜씨가 아름답다.
정수사 법당과는 달리 내소사 대웅전 문살문양은 사방연속문양으로 되어 있는데, 원래는 채색되어 있었을 터이지만 지금은 벗겨지고 없다. 내소사 문살문양의 특징은 하나의 문양 요소를 반복적으로 배열하고 있는 일반적인 장식 문살과 달리 연꽃이 봉오리 상태에서부터 만개하는 과정을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전개하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사찰의 대웅전 건물 중에 3층 목탑형식으로 된 유일한 건물이 화순 쌍봉사대웅전이다. 지금의 건물은 1984년 화재이후 새로 지은 것이지만 원래의 모습을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새로 복원된 법당 안에는 화재 때 피해를 입지 않은 석가여래상이 봉안되어 있는데, 문수보살과 보현보살 대신에 가섭존자와 아난존자가 협시로 모셔져 있어 주목된다. 이 건물처럼 3층은 아니지만 중층 구조로 된 특색을 보여주는 건물로 공주 마곡사 대웅보전이 있다. 내부에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약사여래불.아미타불을 모시고 있는 마곡사대웅전은 구조와 장식 면에서 우리나라 건축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쌍봉사 대웅전. 1984년 화재 이후 복원된 건물이다.
건물의 구조나 단청이 고격(古格)을 지니고 있는 건물로 경산 환성사 대웅전을 들 수 있으며, 화려하고 정교한 닫집이 볼만한 대웅전 건물로는 논산 쌍계사 대웅전, 구례 화엄사 대웅전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귀기둥 위에 인물형 조각상을 배치하여 추녀의 무게를 받치도록 한 특이 한 모습의 건물로 강화 전등사 대웅전이 있으며, 원래 극락전이었던 것을 후에 대웅전으로 이름을 바꾼 대구 동구의 북지장사 대웅전과 같은 사례도 있다.
이상에서 살펴 본 몇몇 대웅전 건물 외에도 건축사적으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는 창녕 관룡사 대웅전, 고창 선운사 대웅전, 부안 개암사 대웅전, 산청 율곡사대웅전, 여수 흥국사 대웅전, 홍성 고산사 대웅전, 동래 범어사 대웅전, 하동 쌍계사 대웅전, 경산 환성사 대웅전, 청원 안심사 대웅전, 안성 청룡사 대웅전 등이 있다.
허 균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
[불교신문 2274호/ 11월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