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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후원(前方後圓) 형태로 된 석굴암 석굴 내의 벽면과 감실에는 보살, 제자, 신중 등 여러 존상들이 조각되어 있다. 이들은 각기 석굴 중앙의 본존여래를 중심으로 한 만다라 상의 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석굴암 내부 공간 전체를 장엄하고 있다. 이들 존상들의 신성함은 ‘여래의 위신력’이 그렇게 만든 것이지만, 여래의 숭엄함은 이들 존상들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여래는 이들 보살과 신중 등의 옹호를 받음으로서 그 숭엄함이 더욱 강조되는 것이다.

<사진설명 : 감실의 금강장보살상.>

석굴암 석굴을 들어서면 본존을 향해서 오른 쪽 벽에 가루라, 건달바, 야차, 천(天)이 굴 입구에서부터 안쪽으로 배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높다란 장식이 달린 투구를 쓰고 왼손에 삼지창 형의 짧은 창을 들고 서 있는 것이 가루라이고, 왼손에 정병을 들고 오른 손에 칼을 잡고 있는 것이 건달바이며, 머리에 불꽃 모양의 장식이 있고, 염주를 입에 물고 있는 것이 야차이고, 오른 쪽 어깨 위로 칼을 들고 왼손은 아래로 내리고 있는 것이 천(天)이다.

가루라는 금시조.묘시조라고 하는 신화 속의 새로, 밀교에서는 대범천.대자재천의 화현이라 한다. 건달바는 제석의 음악을 맡은 신으로, 향기만 먹고 산다는 신중이다. 야차는 나찰과 함께 비사문천왕의 권속으로 북방을 수호한다. 그리고 천은 데바(Deva)로, 광명.자연.청정.자재.최승 등의 뜻을 가진 신중이다.

왼쪽 벽에는 굴 입구에서부터 아수라, 긴나라, 마후라가, 용(龍)의 순으로 조각되어 있다. 얼굴 위쪽과 무릎 아래가 훼손된 3면(面) 8비(臂)상이 아수라이고, 왼손에 긴 창을 잡고 오른 손에 경책을 잡고 있는 것이 긴나라이며, 머리 위에 사자 한 마리가 납작 엎드려 앞발로 목을 감싸고 있는 것이 마후라가로 생각되며, 머리에 용 한 마리를 이고 왼손에 보주를 들고 있는 것이 용의 상이 확실하다.

날쌘 동작 포착한 근육질의 금강역사

당당한 위풍으로 악귀 쫓는 사천왕 등

‘전방후원 형태’로 석굴암 내벽 수놓아

아수라는 싸우기를 좋아하는 귀신이고, 긴나라는 모습이 사람인지 짐승인지 또는 새인지 일정하지 않은 존재이다. 마후라가는 몸은 사람과 같고 머리는 뱀. 용의 무리에 딸린 악신(樂神)이다. 용은 본래 인도에 사는 용 종족들이 뱀을 숭배하는 신화에서 탄생한 것으로, 사람의 얼굴과 사람의 형체로 갓 위에서 용의 모양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설명 : 전실 북벽의 팔부중상. 왼쪽에서부터 천(天), 야차, 건달바, 가루라.>

전실 안쪽 ‘ㄱ’자로 꺾인 비도(扉道) 입구에 금강역사상이 부조되어 있다. 금강역사는 인왕이라고도 하는데, 여래의 온갖 비밀 사적(事迹)을 알고 있으며, 500 야차신을 시켜 현겁 천불의 법을 수호한다는 신이다. 상반신은 벗은 채 허리에 옷을 걸친 용맹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본존을 향해서 왼쪽 벽에서 입을 벌리고 바위에 서있는 것이 ‘아’금강상이고, 오른쪽에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훔’금강상이다. 여기서 ‘아(A)’, ‘훔(UM)’은 곧 ‘옴(OM)’의 발성으로, 이것은 발생과 종극을 의미한다. 금강역사상은 침범할 수없는 표정이면서도 조금도 악기(惡氣)가 없는 얼굴, 날쌘 동작의 순간을 포착한 듯 사악한 자를 물리치는 무적의 위력이 근육과 자세에 드러나 있다. 두광은 금강역사가 단순히 힘 센 장수가 아니라 신성한 지혜를 고루 갖추고 위대한 마음을 지닌 부처님의 현현임을 암시하는 방편으로 사용되었다.

비도 양쪽 벽에는 사천왕상이 조각되어 있다. 사천왕은 욕계 6천(天)의 제1인 사왕천의 주재자로서, 수미산 중턱 4층급을 주처로 하고 있는 신이다. 모두 도리천의 주재자인 제석천의 명을 받아 4천하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동작을 살펴 이를 제석천에게 보고한다. 비도 오른쪽 벽에 있는 것이 동방 지국천과 북방 다문천이고, 왼쪽 벽에 있는 것이 남방 증장천과 서방광목천이다. 지국천은 두 손으로 잡은 칼을 가슴 위에 올려놓은 자세로 전실 쪽을 바라보고 서있고, 다문천은 오른 손에 탑을 들고 주실 쪽을 바라보고 서있다. 그리고 증장천은 가슴 높이에서 칼을 두 손으로 비껴 잡고 전실 쪽을 바라보고 있고, 광목천은 다리를 꼰 자세로 서있다. 모두 턱이 길고 코가 우뚝한 서역풍의 얼굴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당당한 위풍과 발 밑 악귀의 당혹한 표정이 대조적으로 벽면에 약동하고 있다.

주실에는 제석천.범천, 보살상, 제자상 등이 원형의 벽면에 새겨져 있고, 벽 위의 감실에는 환조 형태의 보살상이 봉안되어 있다. 주실 중앙의 본존여래를 기준으로 할 때 입구 쪽 좌측면에 있는 것이 제석천이고, 우측면에 있는 것이 범천이다. 제석천은 왼손에 금강저, 오른 손에 불자(拂子)를 들고 있으며, 범천은 왼손에 정병을, 오른 손에 불자를 잡고 있다. 범천은 대범천왕이라고도 하는데, 색계 초선천의 주재자로 색계 대범천의 높은 누각에 거주한다. 불교에서는 제석천과 함께 정법을 옹호하는 신이라 하여, 부처님이 세상에 나올 적마다 반드시 제일 먼저 설법하기를 청한다고 한다. 또 항상 부처님을 오른 편에 모시면서 손에는 흰 불자를 들고 있다. 한편 제석천은 수미산 꼭대기 도리천의 임금으로, 선견성 안의 수승전에 살면서 사천왕과 32천을 통솔하면서 불법과 불법에 귀의하는 사람을 보호하며 아수라의 군대를 정벌한다고 한다. 수승전에 걸려 있는 그물이 제망(帝網)인데, 예불문에 ‘제망찰해’하고 하는 ‘제망’이 바로 제석천의 그물이다. 제석천은 보배병을 가지고 있는데, 어떤 것이든 원하기만 하면 이 병에서 모두 나온다고 한다.

<사진설명 : 주실 벽의 제자 마하가전연상.>

제석천.범천 옆에 보살이 서 있는데, 제석천에 인접해 있는 것이 문수보살, 범천에 인접해 있는 것이 보현보살이다. 홀 중앙에 앉아 있는 여래의 입장에서 볼 때 문수보살이 좌협시, 보현보살이 우협시가 되는 셈인데, 이것은 석가삼존불 형식과 같은 것이다. 문수보살상은 전신에 호화로운 장식을 하고 오른 손에 잔 같은 것을 들고 있는 모습인데, 여래의 여러 가지 덕 중에서 지식과 지혜와 깨달음을 관장한다. 보현보살상은 천으로 된 모자를 쓰고 왼손에 경책을 잡고 있는 모습인데, 선정(禪定)과 실천을 관장하는 보살이다.

두 보살상에 이어 좌우 세 번째 상부터 다섯 명씩 모두 열 명의 부처님 제자상이 조각되어 있다. 그런데 제자들 각자가 뚜렷한 도상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상이 어느 제자상인지 꼭 집어 말하기 어렵지만, 신라인들이 마음 속에 그렸던 십대 제자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왼쪽의 문수보살상 다음에 도열해 있는 상을 사리불, 마하목건련, 마하가섭, 수보리, 부르나의 상으로 보고 있으며, 보현보살 다음에 도열해 있는 상을 가전연, 아나율, 우바리, 라후라, 아난의 상으로 보고 있다.

각 제자상의 특징을 간단히 살펴보면, 왼손에 잔과 자루 달린 향로를 들고, 오른 손을 가슴에 대고 있는 이가 지혜제일 사리불이고, 두 손을 얼굴에 대고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 이가 신통제일 마하목건련이며, 오른 손에 정병을 들고 있는 이가 두타제일 마하가섭이며, 경권으로 턱을 괴고 서있는 이가 해공(解空)제일 수보리이며, 왼손을 가슴에 대고 오른 손으로 가사를 잡고 있는 이가 설법제일 부루나이다.

오른쪽의 다섯 제자상 중에서 자루 달린 향로에 향을 넣고 있는 이가 논의제일 마하가전연이고, 두 손을 주먹으로 맞잡아 턱을 괴고 있는 이가 천안제일 아나율이고, 오른 손을 가슴에 들어 엄지와 검지로 둘째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표시하고 있는 이가 지율제일 우바리이고, 왼 손으로 발우를 들고 있는 이가 밀행제일 라후라이고, 두 손을 가슴 높이에서 깍지 끼고 있는 이가 다문제일 아난이다. 대부분 노안이나 그 표정 속에는 고행을 참고 이겨낸 경건한 침묵이 흐르고,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성스러운 모습이 나타나 있다.

본존의 뒷면 벽 중앙에 십일면관음보살상이 부조되어 있는데, 왼 손을 가슴 높이에 든 꽃가지 하나가 꽂혀 있는 병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이 보살상에 대해서는 전회에 상세히 설명한 바 있다.

원형의 벽과 궁륭형 천장이 접하는 곳에 10개의 작은 감실이 마련되어 있고, 그 속에 8보살상이 봉안되어 있다. 존상의 명칭은 연구자에 따라 다른데,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을 보면, 오른 손으로 경책을 들고 왼손은 내려서 무릎 위에 살짝 놓고 있는 이가 보현보살, 왼쪽 무릎을 세워 팔꿈치를 대고 고개를 숙여 손등으로는 받치고 있는 이가 허공장보살(또는 대세지보살), 높은 보관을 쓰고, 손바닥에 용화수화 꽃봉오리를 올려놓고 있는 이가 미륵보살, 왼손 손가락을 구부리고 오른 손 엄지와 장지를 편 설법 자세를 보이는 이가 문수보살, 금강저 수인의 설법 자세를 보이는 이가 금강장보살, 왼손에 정병을 들고 화불입상을 새긴 보관을 쓰고 있는 이가 관음보살, 민머리에 보주를 들고 있는 이가 지장보살, 팔걸이 탁자에 기대고 웅크리고 앉아 오른손으로 주미(尾)를 들고 있는 이가 유마거사이다. 

허균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

[불교신문 2267호/ 10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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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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