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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연기념물 제495호 진안 천황사 전나무 모습. 전나무 최초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천황사 남쪽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
영화 ‘사랑을 놓치다’는 공공의 적, 실미도, 역도산 등에서 강한 이미지 역할을 연기해 온 설경구의 첫 멜로 작품이다. 우재(설경구)와 연수(송윤아)는 대학시절부터 10년 동안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둘의 사랑이 진전이 있는 듯한 순간, 부담을 느낀 우재는 연수를 떠나 보낸다.
그 때 연수는 어머니(이휘향)를 교통사고로 잃는다. 사랑하는 우재와도 이별한 상황, 힘든 그녀는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해 절을 찾는다. 영화 ‘사랑을 놓치다’에 나온 천황사를 지난 17일 찾았다. 북한의 개마고원과 쌍벽을 이룬다는 곳이 전북의 진안고원이다. 전주에서 진안으로 향하는 길, 점점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다.
이별의 아픔 달래며
기도 올리던 천년 도량
전나무 향기 흐드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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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 연수가 천황사에서 기도하는 모습. |
연록색 새 옷을 입은 산들이 시원한 청량감을 선사한다. 천황사는 금강 발원지가 있는 구봉산 남동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천황사 입구엔 작은 산골마을이 있다. 마을 옆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들어서면 절 입구에 거대한 전나무와 은행나무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나무 밑에는 철쭉 같은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밝은 햇살은 담은 붉고 노란 꽃들은 스스로 빛을 내는 듯 눈부시다. 너무나 고요해 시간이 멈춰 있는 듯하다. 담장 사이로 난 계단 길을 올라서면 대웅전이 바로 정면에 자리하고 있다. 계단을 올라서면 경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875년(신라 헌강왕 1) 무염(無染)스님이 창건하였으며, 창건 당시에는 숭암사(崇癌寺)라고 하였다. 1065년(고려 문종 19) 의천(義天)스님이 중창하였고,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학조(學祖).애운(愛雲)스님 등이 중수하였다. 1592년(조선 선조 25) 임진왜란 때 각성(覺性)이 700여 명의 승병을 이끌고 이 절에 와서 해산하였다고 하니 당시의 사세를 짐작할 수 있다.
주지스님의 이야기에 따르면 법주사에 있던 철확이 있었다고 전해질 만큼 대찰이었다.하지만 예전의 사세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지금은 작은 사찰로 남아 있다. 정면의 대웅전으로 향한다. 조선시대 지어진 대웅전은 단청이 많이 퇴색하여 빛 바랜 자연목 색조를 띠고 있다.
영화 속 연수가 어머니를 위해 기도한 바로 그 대웅전이다. 대웅전 내부에는 석가모니삼존불이 봉안되어 있으며, 나한상과 동자상이 벽화로 조성되어 있다. 천황사에 들르면 반드시 들려야 하는 곳이 있다. 천황사 남쪽 산 중턱에 자리잡은 남암이 그 곳이다. 해우소 옆으로 난 길을 10여분 올라서면 남암에 다다른다. 남암 앞에 천연기념물 제495호 진안 천황사 전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솟아 있다.
35m 높이에 400년 수령을 자랑하는 이 나무는 우리나라 전나무 중 가장 크고 학술적으로 가치가 높아 전나무로는 처음 천연기념물이 되었다고 한다. 영화 ‘사랑을 놓치다’의 연수는 10년을 넘는 동안 우재 옆에서 고백을 하지 못하고 서 있었다. 우재가 드디어 진실된 사랑을 느꼈을 때 연수는 그의 곁에 없었다. 방황하는 우재는 연수를 그리워하다 우연히 결혼식장에서 그녀를 만난다.
10년을 방황하던 그들의 만남이 다시 시작된다. 진안 천황사 전나무는 사찰의 번영을 기원하며 세워졌다. 사찰은 흥망성쇠를 반복했지만 전나무는 묵묵히 자리를 지켜 거목이 되었다. 사찰을 찾은 지난 17일은 불기 2555년 하안거 결제일이다. 꼿꼿이 수행하는 수좌 스님들의 모습을 전나무 앞에서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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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 천황사를 중창한 애운스님의 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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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내부 모습. 내부에 삼존불과 벽화가 모셔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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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사 경내 모습. |
[불교신문 2721호/ 5월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