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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대구 박형근-쩐띠 부부

“우린 전생에도 부부였나봐요”

불교에서는 여러 겁의 인연을 맺어야 부부가 될 수 있다고 전한다. 현생에서 부부로 만나려면 8000겁의 인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29일 만난 부인 쩐띠 김응언(26) 씨는 태어나 처음으로 밟은 땅 한국에서 남편을 만나기까지 한국에 정착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한국서 결혼한 친언니 따라 2004년 한국행
직장생활하다 남편만나 2년만에 가정 이뤄
<사진> 자비를 실천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박형근 쩐띠 김응언 부부가 지난 3월29일 아들과 어머니와 함께 대구 한국불교대학 법당에서 불공을 드리고 있다.
쩐띠 김응언 씨는 지난 2004년 시집온 친언니를 따라 한국으로 왔다. 고등학교 졸업 후 미래 꿈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며 직장에만 매달렸다. 한국 남자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던 그녀가 남편 박형근(40) 씨를 만난 건 그로부터 2년 후인 2006년 10월. 가까운 지인의 소개로 둘은 만나게 됐고 3개월간의 연애 끝에 결혼했다. 쩐띠 김응언 씨는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라며 “언니가 형부와 잘 사는 모습을 보니 나도 한국 사람과 결혼해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박 씨도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아내와는 전생부터 이어져온 인연이 있는 것 같다”며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된다는 말이 실감 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연으로 만난 부부는 2007년 3월 베트남 남부지역 따이닝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한국에서는 별도로 식을 치르지 않았다. 남편의 아이디어다. 정식으로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되면 베트남에 자주 갈 수 없을 거라는 판단에 신부의 입장을 적극 배려했다. 박 씨 쪽에선 친인척 3~4명이, 신부 쪽에선 아버지, 어머니 등 가족 10여 명이 함께 했다. 20여 명이라는 조촐한 인원이었지만 부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결혼식이 됐다. 특히 박형근 씨는 “베트남 전통 혼례를 1시간 가량 치르면서 그 나라 문화를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면서 “같이 살면서 문화적 충돌로 오는 어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계기”라고 강조했다.
요즘 부부는 주말부부로 떨어져 살지만 사찰을 찾을 때만은 함께 한다. 쩐띠 김응언 씨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불자가 됐고, 박 씨는 대대로 내려온 독실한 불자 집안이다. 특히 박 씨는 어릴 때 불법에 귀의한 이후로 <천수경>을 독송하며 부부 생활에 지혜를 얻고 있다고 한다. 마음에 드는 구절이 많아 경을 자주 읽는다는 박 씨는 “내 것이랄 것이 없는데 움켜쥐고 살 필요가 없다”면서 “많은 이들에게 베풀며 사는 삶을 부인과 아들과 함께 실천 하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부부는 집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관음사나 경산 청안사에서 신행생활을 하며 불심을 키우고 있다.
쩐띠 김응언 씨도 남편만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대구 남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통.번역사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어머니 김종분(79) 씨가 손주 박창현(1) 군을 근무시간 동안 돌봐줘 직장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쩐띠 김응언 씨는 “최근 다문화 가정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들을 뉴스에서 봤다”면서 “원활하지 않은 의사소통의 부재가 사소한 다툼으로 크게 번지는 것을 막고 싶다”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문화가정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역에서 나보다 더 어려운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밝힌 박형근 씨는 “앞으로도 부처님 법에 의지해 화목한 가정을 이루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아내 쩐띠 김응언 씨도 “우리 아기 창현이 잘 크고 남편과 오래 오래 잘 살겠다”며 “항상 나를 먼저 이해해 주는 좋은 남편 사랑 한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대구=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불교신문 2517호/ 4월15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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