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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설잠, 萬壑千峰外 ~



萬壑千峰外 만학천봉외

孤雲獨鳥還 고운독조환

此年居是寺 차년거시사

來歲向何山 래세향하산

風息松窓靜 풍식송창정

香銷禪室閑 향소선실한

此生吾已斷 차생오이단

棲迹水雲間 서적수운간



천 봉우리 만 골짝 저 넘어

외로운 구름 새 홀로 돌아가네.

금년은 이 절에서 머문다만

내년에는 어느 산으로 가야할지…

바람 자매 소나무 창 고요하고

향불 꺼진 선실은 한가롭네.

이생도 나와는 이미 인연을 다해

물 따라 구름 따라 흘러가리라.


- 조선 매월당 설잠(梅月堂 雪岑) 1435~1493

산승의 진면목이 이러하리라. 걸망 하나 달랑 매고 지팡이 짚고 뜨락 나서면 어디로 가야하나 막막하기 그지없는 것, 혹 그 절에서 방부나 받아 줄 런지. 매월당다운 하소연입니다. 석양에 지는 해마저 원망스럽습니다. 걷는 것 자체가 수행의 한 몫 이였던 그 시절, 물 가는대로, 구름 가는대로 몸을 맡겨야만 하는 장부들의 고뇌가 보입니다.

‘금년은 이 절에서 머문다만, 내년에는 어느 산으로 가야할지…’ 선객의 외로움이 너무도 진하게 풍깁니다.



[불교신문 2498호/ 2월7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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