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포교당 어린이집 열어
‘산중에서 도심으로’ 내려가는
대구지역 도심포교 선도 역할
조선국권회복단 중앙총부 태동
일제강점기 항일독립운동 성지
기념관 건립 여론 형성 고무적
제9교구본사 팔공총림 동화사 말사 안일사는 대구광역시 남구 대명동 앞산 중턱에 위치한 천년고찰이다. 달성과 현풍으로 이어지는 비슬산 자락인 앞산은 골마다 사찰이 자리잡고 있어 경주 남산에 버금가는 불교성지로 불린다. 안일사는 은적사, 임휴사와 더불어 앞산의 대표적인 사찰 가운데 하나다.
안일사라는 이름에 고려를 개창한 태조 왕건이 함께 한다. 왕건은 공산에서 후백제 견훤과 맞서 싸우다 대패한 후 피신하면서 은적사에서 몸을 숨기고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싼 안일사에 와서야 편안히 쉴 수 있었다. 안일사(安逸寺)라는 이름은 여기에서 했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안일사가 있는 안지랑골에는 왕건이 숨어들었다는 굴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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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에 위치해 있지만 산중사찰이기도 한 안일사 전경. |
안일사는 대구지역 항일 독립운동의 본거지이기도 했다. 일제의 강제병합에 맞서 싸웠던 항일운동과 저항의 출발지였다. 1915년 안일사에서 비밀리에 국권회복운동이 시작됐다. 윤상태(尹相泰), 서상일(徐相日), 이시영(李始榮) 등 13명의 독립운동가가 안일사에 모여 조선의 국권을 회복하기 위한 비밀활동을 서약하고 조선국권회복단 중앙총부를 안일사에 설치했다. 조선국권회복단은 훗날 풍기광복단과 합쳐 대한광복회로 발전한다. 대한광복회는 일본군 습격, 친일파 처단 등의 활약으로 민족정신을 일깨웠고, 만주 무장독립운동의 초석을 놓았다. 항일 독립운동사에 빠질 수 없는 성지가 안일사인 셈이다. 당시 3·1운동 때 기미독립선언서를 기초한 민족대표 33인 중 1명인 용성스님이 이 곳에 있었다.
독립운동의 대구지역 성지이기도 한 안일사는 2015년부터 조선국권회복단선양회와 함께 독립운동선열 36인의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독립운동 성지로서의 역사적 사료가 분명한데도 지금까지 제대로 된 조명을 받지 못한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다. 안일사의 노력에 힘입어 조선국권회복단 기념관을 건립하고 독립운동가들의 기념비를 기념관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지역 여론이 점차 형성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도시 중심에 있으면서 산중에 위치한 안일사는 대구시민의 휴식공원 역할을 하는 앞산의 중턱, 탁 트인 경관으로 꽉 막힌 마음이 훤히 뚫릴만한 자리에 자리 잡았다. 앞산순환도로에서 1km 정도 오르는 거리에 있으니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런 지리적 여건이 안일사에 대한 대구시민과 불자들에게 도심 속 산중사찰로 각인시켰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면서 안일사에 오르면 산중에 있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드문 사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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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앞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안일사가 1990년 도심 및 어린이 포교를 위해 시내에 세운 반야어린이집. |
동시에 산중 포교도량의 모습도 갖춘 점이 눈에 띈다. 사찰은 산중에 있지만, 일찍이 도심포교에 팔을 걷어붙였다. 1990년 대명동 주택가 한 가운데 반야어린이집과 포교당을 만들었다. 반야어린이집은 지난 28년 동안 어린이 불자 양성은 물론 불교와 사찰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고 안일사와 지역민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해냈다. 산중사찰이 도심에 포교당과 어린이집을 연 사례는 흔치 않은 일이기에 안일사가 시대적 변화와 흐름에 맞추고 한발 나아가 선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요즘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영남지역의 불교가 다른 지역에 비하면 여전히 강세를 이루고 있다지만, 그 세는 분명 예전만 못한 현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분위기는 지역사찰에서 가장 먼저 느끼고 절감한다. 안일사도 지역민과 불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또한번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다.
기존의 역할은 역할대로 다하면서도 다라니 염불 수행을 통한 불자들의 신행혁신에 나서는 안일사의 변화는 눈여겨볼만하다. 지난 21일 찾아간 앞산 안일사 입구에는 ‘신묘장구대다라니 108독 수행정진’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안일사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상징물이다. 다라니 기도는 매월 1차례 철야로 진행되는데, 신도들을 하나로 묶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108독 다라니 수행정진은 2015년 8월 30명의 불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처음 시작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150명을 넘어섰다. 다라니 수행정진이 호응을 얻는 것은 참여불자들에게서 변화가 느껴지기 때문이라는게 주지 성해스님의 설명이다.
성해스님은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다라니를 독송, 염송한다면 마음이 자재로운 지혜를 얻을 수 있다”며 다라니 정진을 수행의 근간으로 삼을 것을 불자들에게 독려하고 있다. 10개월 이상 다라니 수행정진을 이어온 불자들에게 주어지는 합장주도 신도들의 참여확대로 이어지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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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일사는 관내 저소득 가정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친다. 지난 5월에도 대구 남구청을 통해 라면 160상자를 전달했다. |
이같은 수행이 곧 보살행으로 이어지는 점도 주목된다.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지역복지관과의 교류와 봉사활동, 독거노인을 위한 반찬 나누기, 관할경찰서 불자들과의 법회를 통한 만남 등을 통해 지역불교 활성화의 초석을 놓고자 애쓰고 있다. 지난 5월과 6월에도 지역 저소득 주민들에게 라면 160상자 기증, 김치 나누기 봉사활동으로 땀을 흘렸다.
등산로 길목에 자리잡은 안일사는 앞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도 언제나 열려 있는 휴식처 역할을 한다. 점심 때면 누구나 무료로 점심을 먹을 수 있고 도량을 둘러보며 쉬어갈 수도 있다. 중생 속의 사찰로 향하는 출발점이 이 지점이다. 적지않은 예산을 들여 아름다운 LED조명으로 도량을 수놓기도 하고 쉬어갈 수 있는 자리도 만들어 놓았다. 굳이 성과를 따질 필요 없이 등산객들의 호감이면 족하다. 이전과 달라진 안일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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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일사 불자들은 매 계절마다 지역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할 김치를 담그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
“기도와 수행이 불자의 힘
자비심으로 세상을 보라”
안일사 주지 성해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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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지 성해스님. |
“불자들의 힘은 기도정진과 수행에서 나옵니다. 불자들이 좋고싫음에서 자유자재하고 불가능도 가능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기에 가장 적합한 수행방편이 다라니 기도정진입니다. 눈으로 있는 그대로 보는게 아니라 자비의 마음으로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안일사 주지 성해스님<사진>이 다라니 기도를 강조하는 이유다. 2015년 안일사 주지로 부임한 이후 2년6개월여의 짧은 기간 동안 안일사의 변화를 이끄는 동력도 신도들과 함께 한 다라니 기도 덕분이라고 한다.
108독 다라니 기도에 10회 이상 동참한 신도들에게는 ‘관자재(觀自在)’가 새겨진 합장주가 주어진다. 특별제작한 합장주다.
“볼 관(觀)은 볼 견(見)과 차이가 있습니다. 견은 눈으로 보는 것이지만 관은 마음으로 보는 것이죠. 관세음보살님의 또다른 이름인 관자재는 마음으로 보아야 자재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 담긴 말입니다.” 다라니 기도를 통해 관자재한 품성을 길러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닦는 수행의 방편이다.
하지만 성해스님은 궁극적인 수행법은 간화선 수행임을 일깨운다. 다라니 염불 수행이 간화선 수행으로 들어가는 문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는 간화선 수행이 특히 어려운데다 일상생활을 살아가면서 화두를 참구하기란 더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독송하고 염송하는 주력, 염불 수행이 업장을 소멸하고 지혜를 증장하는 가장 빠른 수행법이고, 이를 통해서도 업장소멸을 넘어 자비심을 일으키고 마음의 효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일사 다라니 철야정진은 2년여 기간 동안 총 21회째 이어졌다. 다라니 염불수행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닦는 수행의 방편임을 재차 강조한 성해스님은 “모든 불자들이 다라니 행자가 되어 관재자한 보살이 되길 바란다”며 “안일사 주지 소임으로 있는 동안 세운 이 원력이 안일사 불자들뿐만 아니라 대구지역, 나아가 모든 불자들의 신행문화를 바꾸는 작은 불씨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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