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빈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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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어이없는 사고로
오늘도 아내의 자리가 너무 크기만 합니다.
양복 상의를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침대에 벌렁 누워 버렸습니다.
라면이 이불에 퍼 질러진 게 아니겠습니까?
장딴지며 엉덩이며 마구 때렸습니다.
때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을 때,
아이를 때리는 내손을 멈추게 했습니다.
안 된다는 말에 보일러 온도를 높여서
뎁혀진 물을 컵라면에 부어서
회사에 조퇴를 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아이에 이름을 불렀습니다.
글자를 배웠다며 하루 종일 자기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채 글을 써 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아이는 초등학교에 진학했죠.
그런데 또 한 사고를 쳤습니다.
그날은 크리스마스 전날 . . .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려고 하는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우리 동네 우체국 출장소였는데
우리 아이가 주소도 쓰지 않고
우표도 부치지 않은
편지 300여 통을 넣는 바람에
연말 우체국 업무에 지장을 주었다는
항의 전화였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또 일 저질렀다는
생각에 불러서 또 매를 들었습니다.
아이는 그렇게 맞는데도
한마디 변명도 하지 않은 채
잘못했다는 말만 하더군요.
그리고 우체국 가서 편지를 받아 온 후
아이를 불러놓고 왜 이런 짓을 했냐고 하니
아이는 울먹이며 엄마한테 쓴 편지라고.
순간 감정이 복 받혀 울컥하며
나의 눈시울이 빨개졌습니다.
아이에게 다시 물어 보았습니다.
그럼 왜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편지를 보냈느냐고.
그러자 아이는 그 동안 우체통에 키가 닿지 않아,
써오기만 했는데 오늘 가보니까 손이 닿아서
다시 돌아와 그동안 쓴 것을 다 들고 갔다고 . . .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엄마는 하늘나라에 있다고 . . .
다음부턴 적어서 태워 버리면 엄마가 볼 수 있다고 하고 . . .
밖으로 편지를 들고 나간 뒤 라이타불을 켰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무슨 내용인가
궁금해 하나의 편지를 들었습니다 . . .
"보고 싶은 엄마에게!
엄마 지난주에 우리 유치원에서 재롱 잔치했어 . . .
근데 난 엄마가 없어서 가지 않았어. . .
아빠한테 말하면 엄마 생각 나
또 울음이 날까봐 말하지 않았어 . . .
아빠가 날 막 찾는 소리에
그냥 혼자서 재미있게 노는 척했어.
그래서 아빠가 날 마구 때렸는데
사실대로 얘기하면 아빠가 울까봐
절대로 얘기 안 했어 . . .
나 매일 아빠가 엄마 생각하면서 우는 것 봤어.
근데 나는 이제 엄마 생각 안나.
아니 엄마 얼굴이 기억이 안나.
보고 싶은 사람 사진을 가슴에 품고 자면
그 사람이 꿈에 나타난다고 아빠가 그랬어.
그러니깐 엄마 내 꿈에 한번만 나타나. 응?
그렇게 해줄 수 있지. 약속해야 돼 . . . 꼭 . . ."
편지를 보고 또 한번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아내의 빈자리를 제가 채울 순 없는 걸까요,
시간이 이렇게 흘렸는데도 . . .
우리아이는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났는데
엄마 사랑을 못 받아 마음이 아프고 찢어집니다.
정말이지 아내의 빈자리가 너무 크기만 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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