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잇따른 종교편향 정책으로 불교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4일에는 현 시국을 규탄하는 시국법회가 열렸으며, 전국 사찰에서는 정부의 종교편향에 항의하는 현수막이 걸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2003년부터 최근까지 본지 및 ‘이명박 정부 종교편향 종식 불교연석회의’가 발표한 종교편향 사례를 중심으로 출범 130여 일이 된 현 정부와 지난 노무현 정부의 종교편향 사례를 비교분석하는 한편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盧정부 5년간 19건 MB정부 6개월 만에 16건
지난 정권은 ‘지자체’ 現정권은 ‘정부’가 부채질
코드인사 주원인 지적…대응 매뉴얼 마련 시급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종교편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본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종교편향 사건은 19건이다. 반면 취임 지난 130일 간 동안 이명박 정부에서 발생한 종교편향은 16건에 달한다. 노무현 정부가 5년 동안 한 일을 4개월 만에 해낸 셈이다.
두 정부에서 발생한 종교편향 사건의 특징을 보면,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지자체장의 ‘성시화’ 발언이 많았다.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정장식 포항시장, 민종기 당진군수, 조교선 서산시장, 전태홍 목포시장, 안상수 인천시장, 홍건표 부천시장 등이 성시화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한편 이명박 정부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종교편향 사건이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 지난 4월에는 청와대가 정무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종교조사를 실시한 것이 알려져 도마 위에 올랐으며, 매년 주요사찰에 보내오던 부처님오신날 축전을 제 때 보내지 못해 해명까지 했다. 또 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대통령과 국가발전을 위해’라는 주제로 특별기도를 한 김황식 대법관을 감사원장에 내정한 것을 두고 사법계는 물론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최근에는 국토해양부가 운영하는 수도권 대중교통이용정보시스템 ‘알고가’에 사찰정보를 누락한 것이 드러나 문제가 불거졌다.
공직자들의 행보도 지탄을 받아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뉴라이트 김진홍 목사를 초청해 청와대에서 직접 예배를 봐 논란을 일으켰다. 또 주대준 청와대 경호처 차장은 “정무부처의 복음화가 꿈”이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고,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촛불집회 참가자를 ‘사탄’으로 몰아 논란이 됐다. 지난달에는 어청수 경찰청장이 개신교 기도회 포스터에 사진을 게재한 것이 알려지면서, 불교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이처럼 취임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종교편향 사례가 쏟아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김포불교환경연대 대표 지관스님은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력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코드인사의 결과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국정을 운영하는 대표자가 대놓고 하나님을 찾고 소망교회를 운운하니까 그 밑에 있는 직원들은 자연히 따라갈 수밖에 없고 공무원들의 생리가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것이다 보니 ‘오버’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사진설명> 이명박 대통령도 서울시장 재직시절 종교편향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사진은 2004년 7월, 이명박 서울시장의 ‘서울시 봉헌’ 발언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시청을 항의 방문한 불교단체 대표들의 모습. 불교신문자료사진
이는 취임 때부터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전후에 단행한 청와대 수석 및 비서관, 장관인사에서 특정종교에 치중한 인사를 통해 자신의 친개신교적 성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또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출신) 내각’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소망교회 인사를 중용하기도 했다.
종교를 중심으로 한 ‘코드인사’의 결과는 곳곳에서 확인됐다. 주요 인사들의 종교편향적 발언이 줄지었고, 대통령을 찬양하는 일부 성직자들의 발언도 끊이지 않았다. ‘종교코드’의 영향은 정부기관이나 지자체 사업에까지 이어졌다. 국토해양부의 ‘알고가’ 지도에 전체 사찰이 사라졌던가 하면, 최근 송파구에서는 개신교를 중심으로 복지사업을 추진한 것이 밝혀져 종교계는 물론 복지기관의 반발을 샀다.
개신교 장로인 대통령이 자신과 같은 종교를 신앙하는 인사들에게 국정 전반을 주도하는 청와대와 정부 주요부처의 장을 맡기면서 종교편향정책은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하지만 정부는 변명으로 일관할 뿐,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불교계 내부의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으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먼저 지난 6월26일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와 포교ㆍ신도단체들을 중심으로 ‘이명박 정부 종교편향 종식 불교연석회의(가칭)’가 결성돼 각 종단과 전국의 모든 불교단체에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 공동대응 하기로 결정했다. 조계종 중앙종무기관도 지난 6월27일 회의를 갖고 현안에 대한 대응과 대안마련에 나섰다. 이와 함께 서울시내 사찰과 신행단체들이 주축이 돼 지난 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시국법회를 열고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종교편향을 일삼는 현 정부를 규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안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박광서(서강대 교수)상임대표는 “성명서 한 장 내고 끝낼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고 공식적인 사과를 받는 것으로 편향사건의 결말을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종교편향 피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매뉴얼이 없기 때문에 일반 불자들이 산발적으로 대응하다 지쳐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종단차원에서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구체적인 피해 당사자의 경우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기관의 사과와 재발방지, 책임자 문책 등을 문서로 받아내야 한다”며 “문서사과나 책임자 처벌 등이 반복되면 편향사례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감시활동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열린 불교연석회의에서도 이명박 정부가 국정운영을 책임질 기간 동안 쏟아져 나올 종교편향 사건에 대한 우려와 함께 능동적인 대처를 위한 모니터링이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또 제도적인 차원에서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공기관이나 공직자들에 의한 종교편향 피해를 막는 것을 주요 골자로 입법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종교편향 발언과 행동들이 불법으로 간주되고 이로 인해 벌금을 내는 등 경력에 흠이 생긴다면 점차 줄어들 것이란 예측에서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손안식 위원장은 “사건이 있을 때마다 항의하고 바로잡고 재발방지를 약속받는 것과 함께 사전에 충분한 대화를 통해 종교편향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는 일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현경 엄태규 기자
[불교신문 2440호/ 7월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