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정명대 웬티한 부부 |
지난 6월14일 만난 정명대(51)씨는 “요즘 베트남 음식에 푹 빠졌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냄새와 향신료 탓에 입에도 대지 못했지만 2년 전부터 사정이 빠르게 변했다.
“베트남 요리로 남편 마음 잡았어요”
향신료만큼 이질적이던 문화 극복
<사진설명> 정명대 · 웬티한 부부가 지난 6월14일 자택 근처 공원에서 아들 재민이와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지난 2006년 베트남 출신의 아내 웬티한(26)씨와 결혼한 이후부터 밥상에 오르기 시작한 음식들이 어느새 없어서는 안 될 주식이 된 것. 각 나라의 문화를 알려면 먼저 음식을 맛보라는 말도 있듯이 아내의 메뉴가 바뀔 때마다 서로에 대한 애정이 돈독해 졌다. 독특한 향신료만큼이나 이질적으로 느껴지던 것들이 이제는 자연스러워졌다. 정명대 씨는 결혼 후 살림에 서툰 아내를 위해 처음부터 한국음식을 고집하지 않았다. 외국 생활을 해 본 적 없는 토종 한국인이라 타국음식을 자주 접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외국인 아내를 맞아들인 이상 부인의 정착이 최우선이었기에 이같은 방법을 택했다. 입맛을 바꾸기가 쉽진 않았다. 다만 ‘부인보다 더 버거울까’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맛을 들이기 시작했다. 정 씨는 “걸음마부터 시작해야 하는 아내에게 무조건 한국식으로 하자고 고집할 수 없었다”며 “다문화가 피부로 서서히 와 닿았다”고 말했다. 그사이 웬티한 씨는 지역 복지관에서 언어와 음식, 문화 등 한국에 관한 모든 것들을 차근차근 배워 나갔다. 특히 베트남에 있을 때부터 한국 드라마와 음악 등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그보다 기다려준 남편에게 미안해 하나라도 더 익혀야 한다고 다짐했다. 아직까지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없고 김치도 담그지 못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렇게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된장 냄새를 맡지 못해 요리하는 것을 꿈도 꿀 수 없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된장찌개는 기본, 남편의 식성에 따라 국과 반찬을 척척해낸다. “한국인들이 된장찌개를 주식으로 먹는 것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웬티한 씨는 “지금이야 요리도 하고 만드는 법도 배우고 있지만 색깔도 누렇고 냄새도 독했다”며 웃었다. 무뚝뚝한 경상도 토박이라 애정 표현이 좀처럼 쉽지 않은 정명대 씨도 이날 만큼은 달랐다. 늦은 나이에 결혼해 새 삶을 일궈준 부인에 대한 고마움이 절절하게 배어났다. 아들 재민이도 낳고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가족이 생겨 행복하기만 하다. 웬티한 씨는 어머니를 만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꿈에도 그리던 친정을 오는 9월이나 10월쯤 찾게 됐다. 남편과 아들 재민(2)이를 데리고 친정에 가게 돼 기쁨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한다. 막내로 태어난 웬티한 씨는 아들을 출산한 후부터 친정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더욱 애틋해 졌다. 평생 고된 노동으로 몸까지 불편해진 어머니 걱정에 밤잠을 설치기도. “가끔 전화해 안부를 여쭤보는 것이 전부였지만 이제 뵐 수 있게 돼 다행이다”는 웬티한 씨는 목이 메는 듯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부부는 가까운 사찰을 찾아 신행생활을 함께 하며 매번 마음을 다진다. 정명대 씨는 “실반지 하나로 맺어졌지만 소중한 인연”이라며 “늦게 시작한 만큼 남들보다 두 배 이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웬티한 씨는 “아이가 더 크면 절에 자주 나가고 싶다”며 “공부도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는 아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부산=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불교신문 2545호/ 7월29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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