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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사찰 ] - 희유하신 세존의 숨결 석굴암③

백송김실근 2021. 10. 16. 08:00
허공에 머물며 설법 듣는 여덟 보살은 누구인가?


오른손에 다라니 든 약왕보살부터
석굴암에서 제일 편한 모습 묘음
걸을 때 땅을 진동시키는 득대세

가장 많은 질문을 했다는 미륵
금강령으로 중생 이끄는 상정진
설법인으로 법문 청하는 대요설

미륵불 이전까지 역할 맡은 지용
두툼한 이불 뒤집어 쓴 유마까지
수인과 지물 등으로 존재감 말해

 

석굴암은 돔이 시작되는 시점에 아름다운 광배를 중심으로 좌우에 각각 5개의 감실이 있는 특이한 구조이다. <법화경> ‘견보탑품’에서 ‘촉루품’까지 부처님께서는 허공 가운데 머물며 법을 설하셨기 때문에 보살들 또한 허공에 머물며 <법화경>을 듣는 모습을 감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주실 좌·우 첫 번째 감실은 비어 있고 좌측 두 번째 감실의 약왕보살은 오른다리를 비스듬히 굽히고 왼다리는 오른 무릎 밑에 내려놓은 편안한 자세이다. <법화경> ‘권지품’과 ‘다라니품’, ‘법사품’에 약왕보살은 “부처님 멸도 후에 <법화경〉을 세상에 널리 알리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흔들리지 않겠고, <법화경>을 수지독송(受持讀誦)하고 해설하는 사람에게는 다라니를 주어 수호하겠다”고 맹세하였기 때문에 오른손에 다라니를 들고 있다.


좌측 세 번째 감실에는 석굴암에서 제일 편안한 모습을 한 묘음보살이 있다. <법화경> ‘묘음보살품’에 “묘음보살은 현일체색신삼매(現一切色身三昧)을 얻어서 가지가지 몸을 곳곳에서 나타내어 여러 중생들을 위해 <법화경>을 설한다”고 했다. 석굴암의 묘음보살은 신통유희삼매(神通遊戲三昧)에 든 모습으로 얼굴은 왼쪽으로 기울고 머리카락은 어깨를 덮었으며 목에는 아름다운 영락으로 치장했다. 무릎은 우슬착지 하여 부처님에게 지극히 공경하는 마음을 내었고, 오른손은 바닥을 짚고 왼손은 기울어진 턱을 괴고 깊은 삼매에 든 모습인데 참 아름답다.


좌측 네 번째 감실에는 일반적으로 대세지보살이라고 말하는 득대세보살이 있다. 보관에는 아미타불을 모시고 손에는 부처님의 힘을 상징하는 정병을 들고 결가부좌했다. 많은 학자들이 화불과 정병으로 인해 관세음보살로 인식하나 석굴암에는 이미 십일면관세음보살이 있기 때문에 한 공간에 같은 보살을 두지 않는다. <법화경> ‘상불경보살품’에 부처님께서는 득대세보살에게 말씀하시길 많은 사람들이 상불경보살을 경멸했지만 보살은 <법화경>으로 이들을 교화하여 불도에 머물게 했다. 또한 부처님 입멸 후 <법화경>을 듣고 의혹을 내지 않고 남에게 널리 해설하면 부처님을 만나 빨리 성불할 것”이라고 하셨다. 득대세보살에게 특별히 당부한 것은 득대세보살은 걸을 때 마다 시방세계의 땅을 진동시키는 힘을 지녔기 때문이다.

 

‘여기 질문 있습니다’


좌측 다섯 번째 감실의 미륵보살은 특유의 왼발을 내린 반가부좌로 ‘여기 질문 있습니다’ 하는 듯 오른 손을 들었고, 가슴의 영락은 두 줄로 흘러내린 모습이 아름답다. 부처님에게 가장 많은 질문을 한 미륵보살로 <법화경> ‘여래수량품’, ‘분별공덕품’, ‘수희공덕품’ 등에서 미륵보살은 부처님에게 “교화한 중생은 얼마나 되는지? 언제 부처가 되었는지? 여래의 수명이 얼마인지?” 등등 꼬치꼬치 질문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무량한 세월 아승지 보살들을 교화하였고, 백천만억 나유타 아승지겁 이전에 성불하였으며 이때부터 사바세계에 항상 머물며 법을 설하고 교화하였으며, 여래의 수명 또한 한량없는 아승지겁 동안 항상 머물러 있고 멸하지 않았다”고 대답하셨다.


우측 두 번째 감실에는 상정진보살이 있다. <법화경> ‘법사공덕품’에 부처님께서 상정진보살에게 말씀하시길 “선남자 선여인이 <법화경〉을 받아 지녀 읽고 외우거나 해설하고 옮겨 쓴다면 이런 공덕으로 안·이·비·설·신·의 육근을 장엄하여 모두 청정하리라”고 하셨다. 이런 까닭에 상정진보살이 들고 있는 금강령은 청정한 귀로 금강령 소리를 들어 어리석은 중생을 깨우쳐 성불의 길로 인도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일부 학자들이 금강장보살이라 말하지만 금강장보살은 <법화경>에 등장하지 않는다.


우측 세 번째 감실의 대요설보살은 <법화경> ‘견보탑품’에서 땅속에서 칠보탑이 솟아오르고 수많은 분신불이 나타나자 예배·공양하기 위해 왼 손엔 보주를 들고 공양하는 모습과 오른손은 다보여래께 칠보탑을 열어 줄 것을 청하는 설법인을 하고 있다. 우측 네 번째 감실의 지용보살은 부처님의 부름에 의해 사바세계 지하에서 솟아나와 부처님으로부터 <법화경>을 널리 알릴 것을 부촉 받은 한량없는 보살로 땅에서 솟아올랐다하여 지용(地涌)보살이라고 한다. 이 보살은 수행을 완성한 보살이지만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다시 나타난 지장보살과 같다. 부처님께서는 부처님 멸도 후 이 지용보살에게 미륵불이 오기 전까지 사바세계의 교화를 맡기셨다. <법화경> ‘종지용출품’에 “보살의 몸은 금색으로 32상을 갖추었으며, 한량없는 광명이 있다”고 하였다. 지용보살은 스님처럼 깎은 머리를 하고, 왼손엔 명주(明珠)를 손에 얹고, 오른손은 사바세계 중생들을 교화하는 설법인을 했다. 곧 지용보살, 지장보살은 수많은 스님들을 의미하고 있다.

 


유마거사가 왜 거기 있어?


우측 다섯 번째 감실에는 보살이 아닌 유마거사가 있어 특이하다. <법화경> ‘방편품’을 이해시키기 위한 거사이다. <유마경> ‘물질품’에 “비록 몸에 병을 지니고 있더라도 항상 생사에 머물면서 일체중생을 이롭게 하되 조금도 싫증을 내지 않는 것을 방편”이라고 했다. <법화경> ‘방편품’에 부처님께서 “오탁 번뇌의 시대에는 중생들은 나쁜 근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부처님은 방편의 힘으로 일불승을 분별하여 삼승을 말한다”고 하였다. 유마거사의 모습은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는 동체대비의 진리를 설하는 듯 두툼한 이불을 뒤집어쓰고 웅크린 자세로 살짝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머리의 터번은 대충 두르고 왼손은 먼지털이를 잡고 있다. 이처럼 석굴암 감실의 보살 또한 철저히 <법화경> 각 품에 나타난 보살들로 원형 벽면의 보살들과 중복됨이 없이 손의 모습, 지물, 앉은 자세 등 자신의 존재를 <법화경>으로 말하고 있다.

 

석굴암 주실 궁륭천장에 아름답게 조각된 연꽃 보개.

 

신라인들의 최고 공양 ‘보개’


석굴암 주실 궁륭천장에는 아름답게 조각된 보개(寶蓋)가 있다. <법화경> ‘법사품’에 “어떤 사람들이 <법화경>에 꽃과 향과 보개 등 좋은 물건으로 공양하면 이런 사람들은 일체 세간이 우러러 받들므로 마땅히 여래께 하는 공양과 같이 공양해야 함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했다. 궁륭천장의 보개는 신라인들이 석가모니 부처님과 <법화경>에 올리는 최고의 공양이었다. 연꽃보개는 꽃과 열매를 동시에 갖추고 있는데, 꽃은 <법화경>에서 ‘수행에 의해서 모든 사람은 성불한다’는 원인(原因)을, 열매는 ‘석가모니 부처님은 이미 아득한 옛날 성불하였다’는 결과(結果)를 표현한 것으로 꽃은 중생, 씨앗은 부처로 연꽃보개는 중생과 부처가 둘이 아닌 존재임을 나타낸 것이다.


751년 석굴암을 만든 제일 큰 목적은 석굴암 조형을 통해 <묘법연화경>을 세세생생 사람들의 가슴속에 심어주고자 했을 것이다. 중생을 불국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 그들과 함께한 것이 석굴암이다. 1300년을 지난 지금에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희유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불교신문3661호/2021년4월13일자]